[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하나…”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이 지난 1~2년간 취재진에 가장 많이 구사한 문장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습니다”다. 마치 ‘밈’이 된 느낌이 들 정도다. 말 그대로 선수의 기용에 대해 틀에 얽매이지 않고, 선수의 재능을 극대화하면서 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게 모든 방향성을 고려한다는 의미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팀의 개별 파트, 선수 개개인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전력이 막강한 KIA 타이거즈나 대항마로 꼽히는 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봐야 할 포지션이나 파트는 사실상 거의 없다.
그래도 하위권 팀들은 팬들에게 미래의 희망을 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키움이 올해 팬심을 설레게 할 선수가 온다. 2025 KBO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정현우(19)다. 정현우는 덕수고 졸업예정인 좌완 파이어볼러다. 올해 KBO에 입성하는 모든 신인투수 중 가장 기량이 안정적이고 완성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교 시절 통산 29경기서 11승1패 평균자책점 1.25 101⅓이닝 14자책, WHIP 0.91, 피홈런 단 1개를 기록했다. 150km대 초반의 패스트볼에 포크볼이 주무기다. 커브와 슬라이더도 섞는다. 포크볼을 던져서 체인지업만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부드러운 투구폼에 제구력과 커맨드는 탈 고교 수준이다.
키움은 신인투수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한다. 정현우를 포함한 신인 전원 애리조나 메사 스프링캠프에 부르지 않았다. 대신 작년 가을 루키캠프를 치렀던, 그래서 익숙한 대만 가오슝 2군 캠프로 보낸다. 단, 정현우 정도의 초특급 유량주라면 연습경기에 맞춰 자연스럽게 1군 합류가 예상된다. 키움 메사 캠프 멤버들이 2월 중순에 가오슝으로 넘어간다. 홍원기 감독도 그럴 수 있다고 인정했다.
홍원기 감독은 물론 신중하다. 정현우가 올 시즌 당장 외국인투수가 1명 뿐인 선발진에 고정멤버로 들어갈 듯하지만, 굳이 강조하지 않는다. 지난 23일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 스프링캠프로 떠나기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11월 루키 캠프부터 체계적, 단계적으로 페이스를 올리고 있다. 선발 순번은 정해지지 않았다. 모두 경쟁 상태”라고 했다.
정현우의 1군 가오슝 연습경기 등판 가능성에 대해서도 “모든 가능성을 또 열어놔야 하나. 일단 여러 선수가 후보에 들어갈 것이다. 기존 선수들도 신인 선수들도 경쟁에 합류해야 하고, 건전한 경쟁 속에서 분명히 성과를 올려야 한다”라고 했다.
어쨌든 키움은 정현우의 건강을 잘 관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고교에서 통산 100이닝 좀 넘게 던진 선수에게 갑자기 선발 풀타임을 요구하는 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홍원기 감독은 “작년 고교 리그에서 좀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부상 위험도 생각했다. 대만에서 적응을 좀 더 하고 페이스를 올리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큰 틀에서 보면, 정현우의 2025시즌은 프로 적응의 시즌이다. 올 한해 적응을 해서 몸 관리도 하고, 몸을 더 단련시킬 필요가 있다. 1년간 프로에 적합한 투수로 다시 태어나면 2026시즌 이후 안우진과 토종 원투펀치를 이루는 시나리오도 기대할 수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는다”라는 홍원기 감독의 말 속엔, 정현우를 비롯한 신인들에게 부담을 덜 주기 위한 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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