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창원 심혜진 기자] 불과 2년 전 FA 미아 위기에 몰렸던 선수가 올해는 팀 내 최고 연봉자로 우뚝 섰다. NC 다이노스 권희동의 이야기다.
권희동은 지난 2022시즌 82경기 타율 0.227 5홈런 22타점으로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시즌 종료 후 FA 신청을 했지만 불러주는 팀을 좀처럼 찾지 못했다. 당연히 스프링캠프도 참여할 수 없는 FA 미아로 남았다. 그러다 시범경기 직전 NC와 1년 단년계약에 옵션 포함 최대 1억25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그 이후 권희동은 상승세를 탔다. 권2023년 96경기 타율 0.285 7홈런 63타점 OPS 0.793의 성적을 올린 뒤 1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지난해엔 123경기에서 타율 0.300 13홈런 77타점 OPS 0.869로 펄펄 날았다. 데뷔 첫 3할, 4년 만의 10홈런 등을 달성했다. 이런 활약을 인정받아 50%의 연봉 인상률을 기록하며 2억2500만원에 서명했다.
이로써 권희동은 팀내 최고 연봉자(재계약 대상자 기준)로 등극했다. 감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권희동은 스프링캠프가 열린 25일 창원NC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2년 전 생각은 크게 안 났고, 굳이 다시 생각할 필요도 없다. 크게 개의치 않는다. 작년 팀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내 연봉 보다도 다시 팀이 가을야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 성적도 제 기준으로 커리어하이였던 것이지 그렇게까지 잘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그래도 기록만 놓고 보면 박수 받을 만한 성적이다. 30대 중반을 향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커리어하이 기록을 썼다.
권희동은 “그간 조금씩 해오던 게 쌓이면서 야구가 좀 늘었던 것 같다. 경험도 쌓이면서 시너지가 붙은 것 같다”고 성적 향상 요인을 짚었다.
NC 창단 원년인 2013년 대졸 신인으로 데뷔한 권희동은 프로 첫 해 타율 2할 타율(0.203)을 간신히 넘겼다. 하지만 그 이후 2할 5푼은 평균적으로 치는 선수로 성장했다.
권희동은 “그때 김경문 감독님이 삼진 먹어도 되니까 스윙 3개만 하고 들어오라고 말씀하셔서 그대로 했는데, 그러면서 얻는 부분이 많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올해는 바뀐 부분이 있다. 새 감독 이호준 감독이 왔다. 그렇지만 권희동에겐 익숙한 인물이다. 신인 시절 주장으로 모셨던 선배가 감독으로 돌아온 것이다.
현재 팀 내에서 박민우, 김성욱, 권희동 정도를 제외하고 ‘주장 이호준’을 경험한 선수는 없다. 그는 “민우나 저나 그땐 완전히 신인이어서 크게 대화하기보다는 시키시는 일만 열심히 했다”고 웃은 뒤 “감독님은 워낙 리더십이 좋으시고 당근과 채찍을 요소요소에 정말 잘 쓰시는 분이다. 감독님만의 색깔이 있기 때문에 선수들은 거기에 따라야 한다”고 했다.
이호준 감독은 취임 후 걱정했던 부분이 선수들의 자신감 하락 부분이었다. 지난해 하위권으로 처지면서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의기소침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권희동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개인적으로 야수들은 자신감이 떨어졌다기보다는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 (김)주원이라든지 (서)호철이라든지 후반기 때 더 잘하는 모습을 보고 내년에 가능성이 있겠다 싶더라. 어린 선수들이 잘해주면 선배들도 잘하려고 하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나서 팀 성적도 좋게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창단 최대 11연패라는 아픔도 겪은 한 해였다. 권희동은 “진짜 참담했다. 이기다가도 뒤집히고, 투수가 잘해도 (타자들이) 못 쳐서 지기도 하고 뭘 해도 안 됐다. 엇박자가 났다”며 “선수들끼리는 연패 끊으려고 더 뭉쳤지만, 경기를 지면 바깥에선 그렇게 안 보이니까 그런 부분이 힘들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권희동은 “후배들한테 고마우면서도 또 그때의 그런 안타까운 마음을 잘 알면 좋겠다. 팀이 하위권에 있으면 시즌 후반에 다들 만만하게 보고 들어온다. 그랬을 때 자존심이 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무조건 가을야구다. 권희동은 “부상당하지 않고 많은 경기 나가서 투수들과 싸워서 팀에 최대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 올해는 진짜 가을야구는 다시 한 번 하는게 목표다. 그것 밖에 없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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