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박승환 기자] “바로 도장 찍었어요”
아마추어 시절부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탐낼 정도로 남다른 재능을 보유하고 있었던 나승엽은 2021년 신인드래프트 2라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롯데의 선택을 받았다. 다만 당시에는 KBO리그에서 선수 커리어를 시작할지 미지수였다. 하지만 롯데의 구애 끝에 한국에서 프로 경력의 스타트를 끊기로 결정, 롯데는 무려 5억원의 계약금을 안기며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나승엽은 데뷔 첫 시즌이었던 2021년에는 60경기에서 23안타 2홈런 타율 0.204 OPS 0.563를 기록하는데 그쳤으나,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지난해 완전히 다른 선수가 돼 있었다. 나승엽은 시즌 초반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3월 일정이 끝난 직후 2군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4월 하순 다시 1군의 부름을 받은 후부터 펄펄 날아올랐다.
나승엽은 5월 한 달 동안 25안타 1홈런 10타점 타율 0.321로 재능을 만개하기 시작하더니, 6월에도 29안타 15타점 타율 0.322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7월에도 3할 이상의 타율을 유지한 나승엽은 8월 한차례 부침을 겪었으나, 9월 완벽하게 부활하는 등 121경기에서 127안타 7홈런 66타점 타율 0.312 OPS 0.880이라는 훌륭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이번 연봉 협상에서 무려 200%가 증가된 1억 2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24일 대만 타이난 스프링캠프를 위해 출국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나승엽은 ‘연봉이 200%가 올랐다’는 말에 “구단에서 너무 신경 써주셔서 바로 도장을 찍고 나왔다. 첫 협상에 도장을 찍었다. 올해 받은 만큼 더 잘하겠다”며 “억대 연봉이 모든 프로 선수들의 목표이지만, 군대를 다녀온 뒤 바로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그렇기 때문에 책임감이 더 생긴 것 같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주전이 아니었지만, 올해는 완전히 달라진 입지 속에 스프링캠프를 떠나는 마음은 어떨까. 나승엽은 “똑같은 것 같다. 작년만큼은 아니지만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하는 것 같다. 따뜻한 나라로 가서 운동을 하는 것이 좋고, 또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더 기대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말 1년 만에 나승엽은 많은 것을 이뤘다. 전역 직후에도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지난해 다시 한번 국가대표로 국제대회 무대를 밟았고, 이제는 완전한 롯데의 주전 1루수로 거듭났다. 게다가 나승엽은 ‘리얼글러브 어워드’ 1루수 부문에서 수상까지 하는 기쁨을 맛봤다. 리얼글러브는 각 포지션별 최고의 수비수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KBO리그에 소속돼 있는 ‘현역’ 선수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선정한다는 점에서 ‘인정’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나승엽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만족은 없는 것 같다. 기록으로만 보면 만족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만족은 없다. 올해 성적이 더 떨어지지 않게 해야 할 것 같다. 국제대회에서는 세계에는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고 느꼈다. 큰 무대는 언제든지 나가고 싶은 마음”이라며 “다만 수비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많은 선수분들께서 뽑아주셔서 놀랐다. 너무 감사드린다. 수비에서 항상 실수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올해 사직구장에는 큰 변화가 생긴다. 일명 ‘성담장’이라고 부리는 철조망이 사라진다. 때문에 외야 펜스가 6m에서 기존의 4.8m로 낮아진다. 하지만 나승엽은 홈런 욕심은 부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나승엽은 “(고)승민이 형, (전)준우 선배님, (윤)동희, (정)훈이 선배님께는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철조망을 맞춘 기억이 많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아직 홈런 욕심은 안 부리려고 한다. 에버리지를 더 신경 쓰겠다”고 다짐했다.
롯데가 올해 가을 무대를 밟기 위해선 모든 선수의 활약도 필수적이지만, 지난해 눈을 뜬 ‘윤고나황’이 지난해 모습을 올해도 이어가야 한다. 나승엽은 “윤고나황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선 너무 감사하다”며 “이번 캠프에서는 몸을 많이 굴릴 생각이다. 시즌 초반이라고 대충 하는 것은 없다. 좋은 기량이 나올 수 있게 정말 열심히 하고 몸을 빨리 끌어올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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