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체육 단체장에 대한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셔틀콕 복식의 전설’ 김동문(50) 원광대 교수가 제32대 대한배드민턴협회장으로 선출되었다. 23일 치러진 선거에서 김 교수는 전체 유효표 154표 중 64표를 획득하여 43표를 얻은 김택규 현 회장, 39표를 얻은 전경훈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회장, 8표의 최승탁 전 대구배드민턴협회장을 제치고 새 회장으로 선출됐다.
김동문 교수의 당선은 최근 유승민(43) 전 대한탁구협회장이 제42대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된 것에 이어 또 다른 ‘올림픽 영웅’의 탄생을 의미한다. 두 사람 모두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따낸 스타 플레이어 출신으로, 체육단체 수장으로서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문 회장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혼합복식 금메달을 획득한 후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남자복식 금메달을 따내며 배드민턴의 전설로 자리 잡았다. 유승민 회장 역시 아테네 올림픽 남자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왕하오를 꺾고 금메달을 따낸 ‘탁구 영웅’으로, 두 사람 모두 회장 선거에서 기존 강자를 무너뜨리고 수장 자리에 오른 점이 닮았다.
김 회장은 재선에 도전한 김택규 회장을 넘어서며, 유 회장 당선자는 체육회장 3선을 노리던 이기흥 회장을 밀어내고 ‘스포츠 대통령’의 영예를 안았다. 이러한 변화는 배드민턴협회가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안세영 선수의 부상 관리 및 대표팀 훈련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로 더욱 거세진 변화의 요구에 발맞춘 결과로 볼 수 있다. 김동문 회장은 안세영의 심정에 공감하며 ‘개혁’을 외친 것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유승민 체육회장 당선인의 경우, 8년간 체육회를 이끌었던 이기흥 회장 체제의 변화를 원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효과적으로 공략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써 ‘3대 체육기관장’이 모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채워지게 되었다. 재선에 성공한 정진완(59) 대한장애인체육회장도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 사격 남자 금메달리스트 출신이며, 하형주(63)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유도 영웅’이다.
하형주 이사장은 “올해는 대한민국 체육을 이끌 3대 기관장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맡은 새로운 원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택수 대한탁구협회 실무부회장은 “이전까지 체육단체장은 정치인과 기업인이 대부분 맡았지만, 유승민 회장의 탁구협회장 시절과 같은 후원기업 유치를 통해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선례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이어 “개혁과 변화에 대한 체육인들의 열망이 큰 상황에서 역량 있는 스타 플레이어 출신들의 도전이 잘 들어맞았던 것 같다”며 “앞으로 경기인들의 체육단체 진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사진 = 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 연합뉴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