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름 같으니까 잘 하겠습니다.”
KIA 타이거즈 신인 우완투수 김태형(19)은 팀 내 신인들 중 유일하게 1군 어바인 스프링캠프에 참가한다. 덕수고를 졸업하고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로 입단했다. 전체 1순위 정현우(키움 히어로즈)와 함께 덕수고 원투펀치로 맹활약했고, 이제 프로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사실 김태형은 1라운드 5순위가 아닌 4순위 지명권을 가진 롯데 자이언츠에 지명될 수도 있었다. 키움이 1순위로 정현우를 지명하자 한화 이글스가 2순위로 정우주를 자연스럽게 뽑았다. 그리고 3순위 삼성 라이온즈가 배찬승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4~5순위 순번이 고민이었다. 실제 롯데는 김태형 지명도 고려하다 김태현을 지명했다. 좌완을 보강하기로 한 것이다.
만약 롯데가 김태현이 아닌 김태형을 영입했다면 KIA는 다른 신인을 뽑아야 했다. 그리고 롯데가 김태형을 2명이나 보유하는, 심지어 감독과 신인이 동명이인인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질 뻔했다. 더 흥미로운 건 김태형도 그런 사태(?)에 대비해 두 가지 버전의 소감을 준비했다는 점이다.
김태형은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어바인 스프링캠프로 떠나면서 “드래프트에서 KIA에 갈지 롯데에 갈지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 김태형 감독님 관련 소감도 살짝 준비하긴 했어요”라고 했다. 김태형은 “이름이 같으니까 롯데에서 잘 하겠다” 정도의 코멘트를 준비했다고 한다.
김태형이 1군에 진입해 롯데전에 선발 등판할 수 있을 것인지도 은근한 관심사다. 김태형과 김태형이 선수와 감독으로 맞붙는 것도 흥미로운 요소다. 현실화되면 그 자체로 김태형이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이범호 감독은 우선 김태형을 퓨처스리그에서 기용하되, 양현종의 휴식, 이의리의 관리 등으로 기존 선발진에 구멍이 생길 때 1군에 올려 기용할 복안을 갖고 있다.
어쨌든 광주 출신 김태형은 광주로 돌아왔다. 신인드래프트 현장에서 아버지가 남다른 KIA 사랑을 고백해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작년 11월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선 여유 있는 경기운영능력을 선보여 이범호 감독과 심재학 단장을 흐뭇하게 했다.
김태형은 “그냥 하던대로 했을 뿐인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원래 스타일이 무리하게 힘을 써서 던지지 않는다. 형들이 워낙 쟁쟁해서 경쟁이 쉽지 않지만, 내 실력을 믿기 때문에 여기서 잘 보여주면 충분히 (1군 진입 및 선발로테이션 진입)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이라고 했다.
본인 장점에 대해선 “멘탈이 좋아서 많은 팬 앞에서도 잘 던질 것 같다. 스태미너도 좋아서 긴 이닝을 잘 던질 것 같다. 아직 어리니까 경험도 더 쌓겠다. 2군에서도 1군에서도 기회가 되면 많이 던져서 조금씩 성장하면 좋을 것 같다. 폼이 부드러운 것도 장점이다”라고 했다.
변화구는 다듬고 있다. 김태형은 “변화구가 프로에선 밋밋할 것 같다. 마무리캠프부터 보완하고 있다. 슬라이더는 자신 있어서 커브 같은 각 큰 변화구를 많이 연습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목표는 신인왕이다. 다치지 않고 끝까지 1군과 2군을 오가면서 완주하는 게 목표다. 구속도 150km을 찍어보고 싶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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