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이정원 기자] “우리 술 한잔합시다.”
단 1표 차이로 미국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만장일치 입성에 실패했지만, 스즈키 이치로는 유쾌했다.
24일(한국시각) USA 투데이 등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치로는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에서 열린 명예의 전당 기자회견에서 “많은 기자들에게 표를 받았다. 감사드린다”라며 “내가 표를 받지 못한 한 명의 기자가 있다. 나는 그를 내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 우리 함께 술을 마시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싶다”라고 농담을 건넸다.
전민야구기자협회(BBWAA)는 지난 22일 2025년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이치로는 CC.사바시아, 빌리 와그너와 함께 헌액됐다. 사바시아는 342표·득표율 86.8%, 와그너는 325표·득표율 82.5%였다.
사실 이치로의 명예의 전당 입성은 확실했기에, 관심은 만장일치 입성이었다. 지금까지 명예의 전당 만장일치 입성 회원은 메이저리그 통산 652세이브로 최다 세이브 1위에 빛나는 마리아노 리베라(2019년)가 유일했다. 양키스의 영원한 캡틴 데릭 지터가 2020년 만장일치 입성을 노렸으나 한 표가 부족했다. 당시 지표는 397표 중 396표를 받았다. 그만큼 만장일치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다는 게 쉽지 않다.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이치로의 만장일치 입성은 없었다. 394표 중 393표, 한 명이 이치로를 택하지 않았다. 이치로는 결과 발표 후 “한 표가 부족해서 오히려 다행이다. 인생은 늘 불완전하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 그래서 불완전한 것이 좋다”라고 소감을 전했지만, 미국 현지 언론은 화가 났다. ‘뉴욕 포스트’ 존 헤이먼은 “반대 표를 던진 인원은 앞으로 나와라”라고 화를 냈고, 미국 ESPN은 “이치로에게 투표하지 않은 바보는 누구냐. 표를 던지지 않은 사람이 이유를 어떻게 말할지 흥미롭다”라고 이야기했다.
성적만 놓고 보면 이치로는 만장일치를 받아야 한다는 게 모두의 의견. 논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투표 결과를 모두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명예의 전당 투표권은 메이저리그에서 10년 이상 취재한 BBWAA 소속 취재진에게 주고 투표는 무기명으로 진행된다.
1991년 일본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서 오릭스 버팔로스의 지명을 받은 이치로는 9시즌 동안 951경기 1278안타 118홈런 529타점 658득점 199도루 타율 0.353 OPS 0.943이라는 성적을 남기고 메이저리그로 떠났다. 2000시즌 종료 후 시애틀 매리너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2001시즌 전설의 출발을 알렸다. 2001 데뷔 시즌에 157경기에 나와 242안타 8홈런 69타점 127득점 56도루 타율 0.350 OPS 0.838로 맹활약하며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및 MVP에 이름을 올렸다. 안타, 도루, 타율왕은 물론 올스타 선정, 실버슬러거, 골드글러브도 차지했다. 이후 이치로는 10년 연속(2001~2010) 200안타, 골드글러브 수상, 올스타 선정으로 빛나는 선수 시절을 보냈다. 시애틀, 뉴욕 양키스(2012~2014), 마이애미 말린스(2015~2017)에서 커리어를 쌓은 이치로는 2018시즌을 앞두고 친정 시애틀에 복귀했다. 2018시즌 15경기 9안타 5득점, 2019경기 2경기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2653경기 3089안타 117홈런 780타점 1420득점 509도루 타율 0.311 OPS 0.757.
비록 메이저리그 야수 최초 명예의 전당 만장일치 입성은 실패했지만, 이치로는 지금의 순간이 영광스럽다고 전했다. 이치로는 “선수로서 명예의 전당에 7번이나 왔다. 이번이 8번째인데 여기에 올 수 있어 정말 영광이다. 특별한 순간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치로와 함께 명예의 전당에 기자회견에 참석한 와그너는 “위대한 사람들과 함께 이 무대에 서는 건 특별하다. 10번의 시도 끝에 여기까지 온 건 축복이다. 정말 감동적이다”라고 눈물을 흘렸으며, 사바시아는 “명예의 전당 명판에 내 이름을 새길 수 있어 기쁘다”라고 명예의 전당 입성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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