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돈보다는 시간이 더 가치가 있다”
사사키 로키는 2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LA 다저스 입단식을 가졌다. 미겔 로하스로부터 양보받은 11번의 등번호가 단 유니폼을 입은 사사키는 기자회견을 통해 다저스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사사키의 다저스 입단 ‘루머’가 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3-2024년 겨울이었다. 2022년 퍼펙트게임을 달성,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메이저리그 수준의 타자를 상대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사키는 2023시즌이 종료된 후 치바롯데 마린스에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당시 사사키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입단 첫 시즌부터 단 한 번도 1군 무대에 올리지 않고 프로에 맞는 몸을 만들도록 배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사키는 크고 작은 부상으로 인해 풀타임은 물론 규정이닝 조차 채우지 못했다. 당연히 치바롯데의 팀 성적에 대한 기여도도 낮을 수밖에 없었던 만큼 사사키의 도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특히 사사키가 빅리그 진출 여부를 두고 연봉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사키는 엄청난 비판, 비난과 직면해야 했다.
이때 미국과 일본에서 사사키에 대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이미 다저스와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었다. 이는 2024시즌이 끝난 뒤 치바롯데에서 사사키와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영상 수상자’ 댈러스 카이클의 입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카이클은 ‘뉴욕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다저스와 계약을 맺었다고 들었는데, 사사키와 계약에 대해선 이야기를 해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때문에 사사키가 포스팅 됐을 때 다저스에 입단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갔다. 다저스를 비롯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최총 후보에 포함됐는데, 사사키가 샌디에이고 트레이닝복을 입고 펫코파크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는 영상이 유출됐던 것이다. 이에 과거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단장을 역임했던 짐 보우덴은 사사키가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고, 현지 언론에서도 사사키의 샌디에이고행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하지만 이변은 없었다. 사사키는 2차 면담에서 오타니 쇼헤이와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의 ‘MVP 트리오’ 등과 식사 시간을 갖는 등 다저스 선수단과 교감한 끝에 지난 18일 SNS를 통해 다저스 입단을 공식화했다. 샌디에이고는 “매우 어려운 결단이었지만, 야구 인생을 마치고 돌아봤을 때 올바른 결단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덧붙였다.
이후 사사키의 샌디에이고 입단을 점쳤던 인물들이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이미 2023-2024년 겨울부터 나돌았던 다저스행을 근거로 다저스가 ‘탬퍼링(사전접촉)’을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탬퍼링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아직까지도 의문을 품고 있는 이들은 많은 편이다. 이러한 가운데 사사키가 23일 입단식을 통해 다저스를 택한 이유를 밝혔다.
사사키는 “모든 구단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다저스에 가기로 한 것이 최선의 결론이라고 믿고, 내 가능성을 믿어주는 사람들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며 “모든 구단이 매력적이었는데, 여러 이야기를 나눈 뒤 종합적으로 다저스가 가장 좋다고 판단했다. 다저스는 프런트가 안정적이라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었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어 사사키는 “이번 협상에서 일본인 선수의 유무를 중요시하지는 않았다. 오타니와 야마모토 모두 훌륭한 선수다. 외에도 훌륭한 선수가 많기 때문에 그 분들과 플레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굉장한 기대가 있었다”며 “우선 그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사키는 국제 아마추어 계약이 아닌 일반적인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거금을 품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치바롯데와 마찰을 일으키면서까지 빅리그행을 서두른 이유도 밝혔다. 사사키는 “2년만 더 기다려라는 말도 많이 듣지만, 2년을 이런 상태로 맞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보장이 없다”며 “돈보다는 2년 동안 보내는 시간이 내게는 더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22일 NHK ‘독점 밀착·사사키 로키의 메이저리그 이적 배경’에서 사사키가 했던 말과 연결된다. 사사키는 “2020년 개막에 앞서 팔꿈치 인대가 파열됐다. 몇몇 의사는 토미존 수술을 제안하기도 했다”며 “프로에서 공을 던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말을 들으니 내가 언제 야구를 못 하게 될지, 언제 지금의 퍼포먼스를 낼 수 없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느꼈다”며 메이저리그 입단을 서두른 이유를 밝힌 바 있다.
때문에 사사키는 다저스와 면담에서 자신의 평균 구속 저하에 대한 구단의 생각을 물었던 모양새. 스스로도 몸 상태에 의문을 갖고 있는 사사키가 돈보다 택한 시간이 어떠한 결과를 낳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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