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utomatic Ball-Strike System, ABS) 도입 후 사이드암 투수들은 대부분 성적이 떨어졌다. 하지만 우규민(KT 위즈)은 시대를 역행해 39세 시즌에 커리어 하이를 썼다. 비결은 바로 ABS를 활용한 투구다.
우규민은 지난 시즌 45경기에 출전해 4승 1패 4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49를 기록했다. 커리어 하이다. 10이닝 이상 던진 시즌 중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을 남겼다. 우규민이 1985년생임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대단한 성적이다.
작년 활약을 바탕으로 KT와 총액 7억 원(계약금 2억 원, 연봉 4억 원, 옵션 1억 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커리어 세 번째 FA 계약이다.
ABS 도입 후 사이드암 투수들이 유독 애를 먹었다. 팔 각도상 사이드암 투수는 좌우 스트라이크 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ABS는 심판이 잡아주던 바깥쪽을 잘 잡아주지 않았다. ABS 존은 입체로 구성되어 있어 앞과 뒤를 모두 통과해야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다. 하지만 사이드암 투수의 공은 바깥으로 빠질 때 뒤쪽의 존을 걸치지 못하는 것.
현역 최고 사이드암 고영표(KT)는 2023년 평균자책점 2.78을 기록했는데, 2024년은 4.95가 됐다. 한화 이글스와 4년 78억원의 계약을 맺은 엄상백은 3.63에서 4.88이 됐다. 최원준(두산 베어스)은 4.93에서 6.46, 이재학(NC 다이노스)은 4.54-5.52, 박치국은 3.59-6.38, 임기영은 2.96-6.31을 기록, 대부분의 사이드암은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반면 우규민은 2023년 3승 1패 13홀드 평균자책점 4.81로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시즌 종료 후 당시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는 우규민을 2차 드래프트 보호 명단에서 제외했고, 우규민은 1라운드에서 KT의 지명을 받고 팀을 옮겼다.
KT에서 완벽 부활에 성공했다. 9이닝당 볼넷 비율(BB/9)이 1.05에서 0.42로 제구력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9이닝당 탈삼진 비율(K/9)은 5.88에서 8.10으로 크게 좋아졌다.
이강철 감독은 우규민의 부활을 ABS 활용 방법으로 봤다. 시즌 중 이강철 감독은 높은 존 공략을 강조하며 “임찬규가 커브 하이볼 쓰고 좋아졌다”라면서 “류현진도 나중에 우리한테 커브를 여기다(스트라이크 존 상단) 던지더라. 류현진은 그 정도가 된다. 높게 던졌다 밑에 던졌다가 한다. 이제는 그런 투수들이 산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높은 스트라이크 존)에 던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 (우)규민이는 여기에 던질 줄 아니까 그걸로 버텼다”고 설명했다.
우규민 특유의 제구력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난 시즌까지 우규민은 낮은 공 위주로 타자를 공략했다. 하지만 ABS가 도입된 후 직구와 커브를 위아래로 나눠 던지는 식으로 투구 패턴을 바꿨다.
가을에도 우규민의 구위는 여전했다. 우규민은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 등판해 2⅓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팀은 아쉽게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지만, 우규민의 피칭은 팬들 기억에 남았다.
2025시즌에도 우규민은 KT의 주요 전력이다. 팀 최고참 신분으로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한다. 2025시즌 불혹이 된 우규민이 아름다운 투구를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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