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롯데 자이언츠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50억 유격수’ 노진혁의 이름이 사라졌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롯데는 20일 대만 타이난에서 스타트를 끊는 2025시즌 스프링캠프 명단을 발표했다. 신인 김태현을 비롯해 박세현과 박건우, 박재엽까지 ‘뉴페이스’들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등 총 41명의 선수가 포함됐는데, 노진혁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2012년 신생구단 특별지명을 통해 NC 다이노스의 유니폼을 입은 노진혁은 데뷔 첫 시즌이었던 2013년 117경기에서 73안타 3홈런 27타점 타율 0.223 OPS 0.603을 기록, 상무를 통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18시즌 125경기에서 119안타 11홈런 42타점 52득점 타율 0.283 OPS 0.768을 기록하며 본격 주전으로 거듭났다.
노진혁의 가장 큰 장점은 유격수로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파워를 비롯해 OPS 0.800 이상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점. 노진혁은 2019시즌 13홈런 타율 0.264 OPS 0.780으로 조금씩 성적을 끌어올리더니, 2020년 132경기에 출전해 117안타 20홈런 82타점 70득점 타율 0.274 OPS 0.836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2021시즌에는 홈런수가 급감했지만, 그래도 OPS 0.801로 나쁘지 않은 시즌을 보냈고, FA(자유계약선수) 자격 취득을 앞두고 있던 2022시즌에는 115경기에서 111안타 15홈런 75타점 타율 0.280 OPS 0.808으로 부활하며 자신의 가치를 드높였다. 그 결과 수년 동안 센터 내야수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던 롯데가 4년 총액 50억원을 제시한 끝에 노진혁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노진혁의 영입에 대한 우려는 적지 않았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인해 풀타임 유격수를 소화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러나 당시 롯데는 충분한 관리를 해준다면, 노진혁이 유격수로 내야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고, 무엇보다 두 자릿수 홈런과 OPS 0.800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공격력에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참혹했다. 노진혁은 롯데로 이적한 첫 시즌 113경기에 출전해 86안타 4홈런 타율 0.257 OPS 0.724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에 노진혁은 남다른 마음으로 2024시즌을 준비했으나, 반등은 없었다. 노진혁은 3월 한 달 동안 타율 0.190에 머무르더니, 4월 일정이 시작된 이후에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은 결과 기회가 사라져 갔고, 전반기에는 1군보다는 2군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래도 7월부터 스프링캠프 때부터 준비했던 멀티포지션을 통해 다시 기회를 받기 시작, 조금씩 성적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노진혁에게서 NC 시절의 중·장거리형 유격수의 모습은 볼 수 없었고, 지난해 73경기에서 30안타 2홈런 타율 0.219 OPS 0.604를 기록하는데 그치며 롯데에서 시작한 두 번째 시즌을 마무리했다.
4년 총액 50억원의 게약을 통해 롯데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노진혁은 이번 겨울 반등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베테랑 선수들에겐 자율성이 부여된 마무리캠프에 참가하진 않았지만, 롯데 관계자에 따르면 절치부심, 개인훈련을 통해 2025시즌을 준비했다고. 하지만 롯데에서는 점점 입지가 좁아지는 모양새다.
롯데는 박승욱과 노진혁 등 주전급 유격수 자원을 둘이나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토브리그가 시작된 후 트레이드를 통해 전민재를 영입하며 센터 내야 보강에 열을 올렸고, 급기야 20일 발표된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노진혁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몸 상태에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 만큼 2군에서 2025시즌을 준비하게 됐다.
그래도 좌절하기엔 이르다. 노진혁이 NC 시절의 모습만 되찾는다면, 롯데 입장에서도 주전으로 기용하지 않을 리가 없기 때문. 1차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되진 않았으나, 2군에서 철저한 준비를 통해 일본 미야자키현에서 진행되는 2차 스프링캠프 합류를 노려볼 수 있다. 노진혁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올해도 부활하지 못한다면, 역대 최악의 FA가 될 위기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