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전설적인 미드필더 구자철(35)이 전격 은퇴 선언을 한 가운데 그의 은퇴 이유와 근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구자철은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축구회관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악화된 신체 상태를 은퇴의 주된 이유로 꼽았다. 구자철은 “근육과 무릎, 발목이 버텨주지 못한다. 이전 같으면 회복이 돼야 했는데 한국에 들어와서는 회복 기간이 감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며 현역 은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그의 은퇴 선언은 절친한 친구이자 함께 한국 축구의 황금세대를 이끌었던 이청용(울산), 기성용(서울) 등이 여전히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약 중인 상황에서 나와 아쉬움을 더했다.
구자철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절친인 두 선수와의 특별한 인연을 회상했다. 그는 “나에게 큰 힘이 된 친구들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 때면 제일 먼저 연락했다. 사소한 이슈마다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은퇴를 결심했다고 얘기하자, 아쉬워하면서도 ‘고생했다’는 말을 해줬다. 이들에게 너무 고맙다. 같은 선수로서 존경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의 장점을 따라가려고 노력했다. 너무나도 훌륭한 선수들이다. 내가 흔들리고 안 좋을 때, 바로 잡아줄 수 있는 동료였다. 기성용 선수와 이청용 선수가 축구를 좋아하는 마음은 나보다 크다. 내가 먼저 은퇴하지만, 잘 기다리고 있겠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2007년 신인 드래프트 3순위로 제주 유나이티드(현 제주 SK)에서 프로 커리어를 시작한 구자철은 2010년 팀의 준우승을 이끌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2011년 볼프스부르크를 시작으로 마인츠, 아우크스부르크 등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8년간 활약하며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였다.
특히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한국 남자 축구 사상 최초의 동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쐐기골을 터뜨리며 역사적인 순간을 장식했다. 구자철은 이 경기를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 중 하나로 꼽았다.
반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은 가장 아쉬운 순간으로 회고했다. 최연소 주장으로 나섰지만 팀이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에 대해 구자철은 “당시에는 사회적 책임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다. 경험을 통해 많이 성장했지만 저의 부족함 때문에 결과가 좋지 않아서 아쉬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후 구자철은 2019년 카타르 알 가라파로 이적했다가 2022년 친정팀 제주로 복귀했지만, 잦은 부상으로 인해 지난 시즌에는 3경기 출전에 그치는 등 아쉬운 마무리를 맞이했다.
은퇴 후 구자철은 제주 SK의 유스 어드바이저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그는 “은퇴 이후에도 한국 축구를 위해 제가 받은 사랑과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 저에게 소중한 구단인 제주가 이러한 역할을 제안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스 어드바이저로서 구자철은 유소년 시스템과 훈련 프로그램 정비, 선수 태도 및 자기관리 교육을 담당하게 된다. 또한 그의 풍부한 유럽 축구 네트워크를 활용해 제주 유소년들의 해외 연수를 위한 가교 역할도 수행할 예정이다.
구자철은 “K리그에서 유럽으로 나가는 선수들이 많아졌고 수준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축구 시장의 가능성이 무한하다”며 한국 축구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프로 통산 116경기에서 9골 21도움을 기록한 구자철은 “내 꿈은 한국에 돌아와서 제주에서 은퇴하는 것이었다. 꿈을 이뤄 감사하다”며 18년 프로 생활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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