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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 서울의 김기동 감독은 한국 축구의 자산이다. 포항 감독 시절, 상대적 저예산으로도 늘 정상권에 머물렀다. 보다 나은 지원이 따른다면 김기동의 축구가 어떻게 진화할지 궁금해 하는 팬들이 많았다. FC 서울에서 맞이하는 2년차, 그는 어떤 각오를 다지고 있을까.
– 포항 시절부터 전지훈련 장소로 하노이를 선호한다.
“날씨 때문이다. 더운 곳에서 훈련하고 귀국하면 기온 차가 25도 이상 난다. 선수들 근육에도 문제가 생긴다. 하노이에선 섬세한 컨디션 관리가 가능하다.”
– ‘선수 김기동’은 현역시절 섬세하고 철저한 자기관리로 유명했다. 신혼여행 가서도 22시 취침 원칙을 고수했다는 소문이 있다.
“와전이다. 단, 새벽 5시에 기상해 개인 운동하고 아내를 깨워 아침 먹은 건 맞다.”
– 연애 시절 데이트하다 22시만 되면 무조건 ‘나는 자야하니 집에 가라’고 했다는 전설도 있다.
“그건 사실이다. 지금도 아내가 원망한다. 제 숙소 골목길에서 큰 길까지가 좀 먼데, 늘 혼자 울면서 걸어 나왔다고 했다. 무서워서. 데이트 10분 일찍 마치고 택시 태워 보낸 후 수면을 취했어야 했다.”
– 당시로부터 얻은 교훈은.
“90분 정해진 시간만 작전 계획을 세우지 말고, 추가 시간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 마흔 까지 현역으로 뛰었다. ‘철저한 자기관리’의 대명사였다.
“지도자는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선수는 딱 내려놓는 순간 그걸로 끝이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때까지 선수로 뛰고 싶었다.”
– 팀 내 노장 선수들에게 학고 싶은 말은.
“저는 나이가 많으니 그만두라고 하지 않는다. 어린 선수들이 노장을 뛰어넘어야 은퇴하는 것이다. 나이가 아니라 실력이 우선이다.”
– 명쾌하다. 축구 팬들은 김기동 감독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감사한 일이다. 제가 그동안 감독으로서 쌓아 놓은 것이 있었기에 기대도 크신 것 아닌가. 작년 초반 성적이 안 좋다 보니 실망감도 크셨으리라 생각한다.”
– 작년 시즌엔 언제부터 본인이 생각하는 축구가 만들어졌나.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좀 안정이 됐다. 동계훈련 때는 부상자도 많았고 실전 경험 공백이 있는 선수도 많았다. 게다가 초반에 경기력이 좀 떨어지면서 선수단 전체에 자신감도 떨어졌다. 축구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건 아니다.”
– 작년엔 잘하는 경기와 못하는 경기 사의의 편차가 컸다.
“선취점을 넣으면 잘 풀어갔지만, 먼저 골을 먹으면 고전한 경기가 많았다. 위기관리 능력이 다소 부족했다. 금년에는 달라질 것이다.”
– 금년도 주장은 린가드인가 기성용인가.
“린가드다. 기성용 선수가 ‘작년에 제시가 잘 해줬으니 계속 주장을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 기성용 선수의 역할과 기량은.
“볼을 차는 기술은 국내 최고다. 전방으로 한 번에 나가는 패스 줄이 살아있는 킥은 기성용 선수만 보여줄 수 있다. 자기 발밑에 들어온 공을 거의 뺏기지 않는 점도 팀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 큰 형으로서, 뒤에서 선수들을 다독이는 역할도 잘 해 줄 것이다.”
– 전북에서 김진수, 문선민 등 30대 중반으로 넘어가는 노장을 데려왔다.
“두 선수에겐 위닝 멘털리티가 있다. 우승을 해본 사람이 우승의 맛을 안다. 두 선수 모두 우승도 많이 해봤고 경험도 많다. 팀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 김진수 선수를 부주장으로 뽑았다.
“본인들한테 물어보고 동의를 얻어서 그렇게 결정했다. 작년에 부상 때문에 많이 못 뛰었고 그래서 조금 컨디션이 떨어졌지만, 김진수는 충분한 능력을 가진 선수다. 다시 좋아질 것이다. 과격한 플레이 말씀을 하시는 분이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김진수 선수를 봐온 제가 보증한다. 김진수 선수는 착하고 선한 심성을 가진 선수다.”
– 린가드 주장은 작년에 김기동 감독한테 많이 혼났다. 본인 얘기다. 그런데 자기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그런다. 우리는 더 싸워야 한다고. 제시는 훈련할 때도 자기 팀이 지거나 자기가 조금 실수를 하면 짜증을 많이 낸다. 정서적인 문제다. 유럽에서는 그렇게 한다고 한다. 동료에게 먼저 사과도 하는 등, 문화적인 차이를 줄이자고 했다.”
– 영상 보면 물건도 같이 나르고 후배들이 물건 안 나른다고 한국어 욕도 가볍게 농담처럼 한다.
“제시는 성격이 밝다. 친화적이고 동료들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다.”
– 한국 축구의 미래 조영욱과 최준에 대한 기대는.
“준이는 작년만큼만 해주면 팀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영욱이는 현재 팀 내에서 컨디션이 제일 좋고 뭔가를 하려는 의지가 상당히 크다. 올해는 작년보다 잘 해주리라 믿는다.”
– 홈그로운룰 1호 사무엘 선수는.
“형들하고 농담도 하고 예능기도 있는 것 같다. 사무엘이 잘해야 다른 홈그로운 선수들에게 기회와 희망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참 중요한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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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목표는.
“일단 ACL을 꼭 나가고 싶다. 선수와 팀의 가치가 확 올라가는 일 아닌가. ACL 참가하면 선수들의 생각도 달라지더라.”
– K리그 목표 순위는.
“순위는 작년 성적 4위보다는 우위에 있어야 한다고 본다. 목표 달성을 위해 일단 작년보다는 좀 더 세밀해야 빠르고 재미있는 축구를 할 것이다. 또 다른 목표도 있다.”
– 뭔가.
“코리아컵 우승이다. 작년에 우리 안방인 상암경기장에서 포항과 울산이 결승전을 했지 않나. 자존심 상했다. 내년에는 우리가 저기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 잔디 문제는 어떤가.
“시에서 섬세하게 관리하고 있으니 작년보다는 상태가 좋을 것이라 기대한다. 잔디가 좋으면 경기 템포가 더 빨라지고, 세밀한 플레이를 속도감 높게 할 수 있다. 퀄리티 높은 축구가 나올 것이다. 팬들도 좋아하시리라 믿는다. 감동을 주는 재미있는 축구로 평균 관중 4만 명에 도전하겠다.”
– 멋진 목표다.
” 더 좋은 축구를 보여주기 위해 코칭스테프와 선수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준비하겠다는 뜻이다. FC서울 같은 인기 구단이 흥행을 선도해야 K리그가 전체적으로 다 성공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 FC 서울 팬들에게 이번 시즌에 대한 감독의 각오를 말씀드린다면.
“항상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시는 목소리 때문에 제가 어려울 때 힘을 낼 수 있었다. 올해도 개막전부터 시즌 끝날 때까지 열정적인 응원과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 좋은 성적으로 팬 여러분들에게 선물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선물’인가 ‘선물들’인가.
“부담스러운 질문이다. 이 부담감조차 즐기면서 결과로 말씀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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