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기사에는 나가지 않았지만…”
LA 다저스 김혜성은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각)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김혜성은 시애틀을 경유해 애리조나주 피닉스로 이동, 본격 2025시즌을 위한 담금질에 돌입한다.
지난 2017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넥센(現 키움)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은 김혜성은 2023시즌이 끝난 뒤 구단에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전달했다. 강정호와 박병호(삼성 라이온즈), 김하성(FA),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까지 네 명의 빅리거를 배출한 키움은 당연히 김혜성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고, 김혜성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등이 소속돼 있는 ‘CAA 스포츠’와 계약을 맺으며 빅리그 입성을 준비했다.
그리고 김혜성은 지난해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을 터뜨리는 등 11홈런 75타점 90득점 30도루 타율 0.326 OPS 0.841을 기록했고, 지난달 12월 2일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에 포스팅이 완료됐다. 스토브리그 초반 김혜성과 가장 많은 연결고리가 만들어진 팀은 시애틀 매리너스였다. 2018년을 끝으로 로빈슨 카노가 팀을 떠난 뒤 주전 2루수를 찾지 못했던 까닭이다. 하지만 ‘김혜성에게 관심이 있다’는 소식 외에는 이렇다 할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특히 김혜성은 포스팅 마감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도 미국 현지 언론을 통해 그 어떠한 정보도 흘러나오지 않았는데, 포스팅이 마감되는 당일 드디어 행선지가 결정됐다. 바로 LA 다저스였다. 계약 총 규모는 3+2년 2200만 달러(약 321억원). 3년 동안 1250만 달러(약 183억원)를 보장받으며, 다저스가 추가 동행을 희망해 옵션을 실행할 경우 2년 동안 950만 달러(약 139억원)을 추가로 지급받는 구조다.
김혜성의 다저스행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 누구도 김혜성이 다저스 유니폼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다저스는 2루수 자원으로 ‘MVP’ 무키 베츠와 ‘한국계’ 토미 에드먼을 비롯해 개빈 럭스, 크리스 테일러, 미겔 로하스까지 주전과 백업 자원들이 모두 갖춰진 상황이었다. 2024년 월드시리즈(WS)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정도로 탄탄한 전력이 구성돼 있는 다저스에 입단한 만큼 험난한 앞날이 전망됐다.
그런데 김혜성의 다저스행이 발표된지 3일 만에 큰 변화가 생겼다. 내야가 포화상태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레이드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던 다저스의 기조가 바뀐 것이다. 다저스는 김혜성을 영입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올해 주전 2루수 역할을 맡길 예정이었던 개빈 럭스를 신시내티 레즈로 떠나 보내기로 결정했다.
김혜성의 입장에서 갑자기 주전 2루수가 사라진 것은 분명 기분 좋을 일. 그래도 여전히 주전을 장담할 순 없는 상황이다. 2루 자리를 미겔 로하스와 크리스 테일러에게도 내줄 수 있는 것은 물론 외야 유망주인 앤디 파헤즈와 제임스 아웃맨이 스프링캠프에서 눈에 띄는 발전을 이뤄낼 경우 중견수를 맡길 예정인 토미 에드먼을 다시 내야로 불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혜성이 다저스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4일 출국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김혜성은 “다저스의 오퍼를 받고 너무 좋았다. 사실 기사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포스팅이 된 후 다저스에서 가장 먼저 연락을 줬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결국 LA 에인절스가 5년 2800만 달러의 규모를 제안했지만,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준 다저스를 선택한 셈이다.
특히 어떤 팀을 가더라도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김혜성이 선택지를 좁히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는 “다저스가 아닌 다른 팀을 갔다고 하더라도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떤 팀을 가도 첫 해에는 경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다저스에서 좋은 경쟁을 통해 자리를 잡고 싶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혜성에게 다저스는 어떠한 팀일까. 김혜성은 “명문 구단이다. 코리안 빅리거들도 많이 뛰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봐왔던 팀이다. 그리고 지난해 우승을 했기 때문에 최고의 팀이라 생각한다. 다저스는 어릴 때 TV로 봤던 팀이기 때문에, 그 팀에서 데뷔를 한다는 것이 굉장히 영광스럽다. 첫 번째 목표는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서 데뷔를 하는 것이고, 빨리 뛰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끝으로 김혜성은 포스팅이 진행된 30일에 대해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돌이켜 보면 좋은 추억인 것 같다”면서 “메이저리그에 대한 생각은 아직 안 그려진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프로에 처음 입단했을 때의 느낌이다. 최대한 성실하게 열심히 할 생각이고, 일단은 도전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장점을 내세워서 매력을 어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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