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김진성 기자] “좀 더 던지면 팔이 찢어질 것 같았다.”
LG 트윈스 좌완 영건 손주영(27)은 2024년 10월19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서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0-0이던 8회초 선두타자 강민호에게 솔로포를 맞았으나 2사까지 잘 잡았다. 그러나 리드오프 김지찬 타석을 앞두고 돌연 벤치를 향해 손을 들더니 자진 강판했다.
이후 LG의 공식발표는 충격적이었다. 좌측 팔꿈치 굴곡근 및 회내근 1도 좌상. LG의 2024시즌도 그날 끝났다. 손주영도 11월 프리미어12 최종엔트리 합류가 불발됐다. 무엇보다 올해 LG가 얻은 최고의 물건인데 미래가 불투명해졌다는 게 여러 사람을 속상하게 했다.
손주영은 15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좀 더 던지면 팔이 찢어질 것 같고, 뭔가 느낌이 안 좋아서 바로 손 들었다. 그때 안 들었으면 아마 손상이 좀 더 심했을 것 같기도 하다. 불안하니까. 어차피 홈런도 맞았고 지고 있고. 그래서 더 던지다가 내가 안 좋은데 1~2점 더 주면 큰일 나잖아요. 그래서 손 들었다”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신의 한 수 였다. 손주영은 이후 몇 주간 푹 쉬고 다시 검진을 하니 신기하게도 통증도 사라졌고, 재검진 결과를 봐도 팔이 말끔하게 치유됐다고. 그는 “거의 완전 다 나은 게 아니라, 진짜 완전히 회복이 다 됐다. 피칭도 일찍 할 것 같다. 준비를 다 해놓고 미국에 가는 것이다”라고 했다.
별 다른 재활 절차 없이 푹 쉬기만 했는데 팔이 원상태로 복구됐다는 점에서 LG도 손주영도 안심이다. 만약 손주영의 말대로 거기서 무리하게 더 던졌다면 정말 몸에 문제가 생겨 올 시즌 준비에도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 그럴 경우 손주영의 2026년도 불행해지고, 확실한 토종 선발투수 한 명이 귀한 LG도 당연히 불행해질 수 있었다. 그때 손주영이 자진강판 하지 않았다면 여러모로 큰일 날 뻔했다.
손주영은 경남고를 졸업하고 2017년 1라운드 2순위로 입단했다. 그동안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다 2024시즌에 잠재력을 터트렸다. 28경기서 9승10패1홀드 평균자책점 3.79를 기록했다. 144.2이닝을 소화했다. 112개의 삼진을 잡으면서 사사구는 64개였다.
2022년에 이미 토미 존 수술 경력이 있다. 더 이상 아프면 안 되는 투수다. 아프지만 않으면 토종 에이스로 성장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포심 평균 144km에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를 두루 섞는다. 포심 피안타율이 0.283으로 높았지만, 변화구들의 피안타율은 안정적이었다.
LG는 이번 겨울 FA 최원태를 삼성 라이온즈에 내줬다. 장현식, 김강률, 심창민, 최채흥 등 불펜만 4명을 데려와 뎁스를 크게 강화했다. 그렇다고 해도 선발투수는 여전히 귀하다. 이제 임찬규와 손주영이 3~4선발이다. 손주영은 더 이상 5선발이 아니다.
손주영은 “시즌 초반보다 후반이 좋았고, 포스트시즌에도 좋아서 자신감이 생겼다. 올해는 작년보다 잘 할 수 있을 것이란 느낌도 든다. 몸을 만드는데도 확신이 생겼다. 후반기에 포크볼을 쓰기 시작했는데 전반기에도 많이 쓸 것 같다. 커브와 슬라이더의 퀄리티를 올려 자유자재로 쓰려고 한다”라고 했다.
더 이상 4선발에도 만족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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