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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NL MVP는 이글레시아스였어야 해”…ML 12년차 베테랑의 소신, 왜 오타니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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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이글레시아스, 닉 카스테야노스, 오타니 쇼헤이./게티이미지코리아
호세 이글레시아스, 닉 카스테야노스, 오타니 쇼헤이./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지난해 오타니 쇼헤이는 세 번째 만장일치로 MVP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선수의 시각은 조금 다른 모양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닉 카스테야노스는 오타니가 아닌 호세 이글레시아스를 MVP로 선정했다. 무엇 때문일까.

카스테야노스는 14일(한국시각) 팟 캐스트 ‘더 크리스 로즈 로테이션(The Chris Rose Rotation)’에 출연해 2024년 내셔널리그 MVP는 오타니 쇼헤이가 아닌 호세 이글레시아가 받았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오타니는 지난해 전 세계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2023년 막바지 팔꿈치 인대 파열로 수술대에 오르고, 서울시리즈 일정을 소화하고 있을 때에는 자신의 ‘입과 귀’가 되어줬던 미즈하라 잇페이가 자신의 돈을 빼돌려 불법 도박에 사용하는 등 온갖 악재가 들이닥쳤지만, 야구천재의 재능을 막아설 순 없었다.

오타니는 지난해 개막 이후 무려 40타석까지 단 한 개의 홈런도 쏘아 올리지 못하면서 다소 힘겨운 스타트를 끊었다. 하지만 4월 4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첫 번째 아치를 그리더니, 한 달 동안 7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5월에도 7개의 아치를 그리며 타율 0.312 OPS 0.976로 조금씩 감을 끌어올리기 시작, 6월부터는 오타니의 타격감이 하늘을 찔렀다.

오타니는 6월에만 무려 12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무력시위를 펼쳤고, 7월에는 홈런이 6개로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었으나, 8월 다시 한번 12개의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등 전 세계 야구계 최초로 50홈런-50도루를 달성하는 등 159경기에서 197안타 54홈런 130타점 134득점 59도루 타율 0.310 OPS 1.036이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남겼다.

마운드에 오를 수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만 전념한 오타니는 최고의 야수에게 주어지는 행크 애런상에 이어 최고의 지명타자의 영예와도 같은 에드가 마르티네즈상을 수상, 지명타자로는 역대 최초로 정규시즌 MVP를 손에 넣었다. 이미 두 번이나 만장일치로 MVP를 수상했던 오타니는 세 번째 MVP 또한 만장일치로 장식하는 기쁨을 맛봤다. 오타니가 MVP라는 점에서 이견이 없었던 것이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닉 카스테야노스./게티이미지코리아
필라델피아 필리스 닉 카스테야노스./게티이미지코리아
호세 이글레시아스./게티이미지코리아
호세 이글레시아스./게티이미지코리아

하지만 선수의 입장은 조금 다른 모양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닉 카스테야노스는 2024시즌 MVP는 오타니가 아닌 뉴욕 메츠의 호세 이글레시아스가 받았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글레시아스는 LA 에인절스에서 짧지만 오타니와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로 2011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데뷔해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신시내티 레즈, 볼티모어 오리올스, 에인절스, 콜로라도 로키스를 거쳐 지난해 메츠 유니폼을 입었다.

통산 커리어가 화려하지 않은 만큼 이글레시아스는 지난해 메이저리그가 아닌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는데, 5월말에서야 빅리그의 부름을 받았다. 콜업 전까지 트리플A에서 성적은 42경기 45안타 7홈런 타율 0.273 OPS 0.751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런데 빅리그로 승격된 후 이글레시아스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이글레시아스는 6월 한 달 동안 15안타 7타점 타율 0.417 OPS 0.990로 펄펄 날았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7월에도 3개의 홈런을 터뜨리는 등 23안타 10타점 타율 0.307 OPS 0.878으로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는 등 85경기에서 91안타 4홈런 26타점 39득점 6도루 타율 0.337 OPS 0.827의 성적을 남겼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MVP에 도전할 만한 수치는 아닌데, 카스테야노스가 이글레시아스를 지지한 이유는 무엇일까. 카스테야노스는 “만약 MVP가 팀 승리에 가장 무게를 두고 있는 존재를 지칭하는 것이라면 이글레시아스만큼 무게감을 가진 선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카스테야노스는 “메츠는 이글레시아스를 승격한 시점에서 -9패를 기록 중이었다. 그런데 베테랑이 팀에 ‘라틴 스파크(Latin spark)’를 가져왔다”며 “나는 세이버메트릭스 전문가가 아니다. 그저 야구선수다. 이글레시아스가 메츠에 합류하면서 구단 전체가 하나의 방향성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오타니도 분명 다저스가 이기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오타니가 다저스를 한 방향으로 이끈 유일한 존재였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 훌륭한 선수이고, 내가 팀을 꾸린다면 이글레시아스보다 오타니를 우선적으로 뽑겠지만, 지난해 내가 눈으로 본 관점에서 내셔널리그 MVP는 이글레시아스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세 이글레시아스./게티이미지코리아
호세 이글레시아스./게티이미지코리아

실제 메츠는 이글레시아스를 콜업한 뒤 조금씩 성적이 나아지기 시작했고, 89승 73패 승률 0.549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3위로 포스트시즌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맥스 슈어저-저스틴 벌랜더의 ‘사이영상 듀오’가 메츠 유니폼을 입었을 때도 해내지 못했던 것을 이글레시아스가 이끌었다고 봤다. 지난해 야구로 보여준 것도 있었던 시즌이지만, 선수단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해냈다는 것.

하지만 지난해 인상적인 활약에도 불구하고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이글레시아스는 아직 행선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성적을 올해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느냐에 의문부호가 달리는 까닭. 그래도 실버슬러거 1회와 두 번의 올스타로 선정된 카스테야노스의 눈이 틀리지 않다면, 조만간 차기 행선지가 들려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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