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삼성생명)이 새해 첫 대회에서 세계랭킹 2위 왕즈이를 격침시킨 뒤 전한 소감에 눈길이 쏠렸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지난 1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슈퍼 1000 말레이시아 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2위 왕즈이(중국)를 2-0(21-17, 21-7)으로 완벽하게 제압했다.
안세영은 김학균 감독의 계약 만료로 사령탑이 공석인 상황에서 흔들림 없는 경기력을 선보여 감탄을 자아냈다.안세영은 로니 아구스티누스 코치와의 호흡만으로도 당당하게 2-0 완승을 일궈냈다. 특히 최근 덴마크 오픈과 월드 투어 파이널스에서 연패를 당했던 왕즈이를 상대로 45분 만에 거둔 승리로 그 의미를 더했다.
이번 우승으로 안세영은 88년 대회 역사상 최초로 말레이시아 오픈 여자 단식 2연패를 달성한 한국 선수가 됐다. 지난해에는 세계 4위 타이쯔잉(대만)을 꺾고 정상에 올랐고, 올해는 더 강력한 라이벌 왕즈이를 제압하며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다.
승리 후 안세영이 남긴 말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그는 BWF와 인터뷰에서 “지난 두 게임은 많이 배운 걸로 쳤다. 빨리빨리 저한테 안 좋은 건 잊어버리고 배울 건 배우자고 생각을 바꿨더니 많은 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게 저에게 오늘 이길 수 있는 키 포인트가 되지 않았나 싶다. 지난 두 대회가 많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교훈을 찾으려고 했다.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즐기고 싶다”는 각오도 덧붙였다.
이 발언은 단순히 경기 결과를 넘어선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배드민턴 협회와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던 안세영이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교훈을 찾으려 했다”고 밝힌 것은 경기장 안팎의 어려움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려는 성숙한 태도를 보여준다.
안세영의 성장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이번 승리로 왕즈이와의 상대 전적을 9승 4패로 더욱 벌렸고, 우승 직후에는 관중들과 호흡하며 귀에 손을 대고 환호를 유도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까지 보였다.
지난해만 해도 안세영은 눈부신 성과를 이뤘다. 202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단식 우승을 차지했고, 전영 오픈에서는 방수현 이후 27년 만의 여자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방수현 이후 29년 만에 2관왕을 달성했으며, 2024 파리올림픽에서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단식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이러한 성과는 BWF도 인정하는 바다. 안세영은 2019년 한국 선수 최초로 BWF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2023년과 2024년 연속으로 올해의 여자 선수로 선정됐다. 특히 파리올림픽에서는 허빙자오(중국)를 2-0(21-13 21-16)으로 꺾고 금메달을 획득, 2008 베이징 대회 이용대-이효정 조 이후 16년 만에 한국 배드민턴에 금메달을 안겼다.
이제 안세영은 14일부터 시작되는 BWF 인도오픈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는 8강전을 앞두고 허벅지 부상으로 기권했지만, 이번 말레이시아 오픈에서 보여준 완벽한 경기력으로 미뤄볼 때 2연속 우승 가능성이 한층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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