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2024시즌 삼성 라이온즈는 투수의 팀으로 다시 태어났다. 2023년 평균자책점 4.60으로 리그 최하위였지만, 2024년 4.68로 3위에 위치했다. 투수 자원이 오른손에 편중된 것이 아쉬웠다. 좌완 목마름을 배찬승이 채워줄 수 있을까.
2024시즌 삼성 좌완 투수의 평균자책점은 6.07로 리그 최하위다. 9위 KT 위즈가 5.15로, 6점대를 기록한 팀은 삼성이 유일하다.
좌완 이승현과 이상민을 제외하곤 다들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이승현은 17경기 6승 4패 평균자책점 4.23으로 성공적으로 선발진에 안착했다. 이상민은 37경기 2승 1패 8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90으로 커리어 하이를 썼다. 하지만 백정현(ERA 5.95), 최성훈(ERA 6.92), 최채흥(ERA 6.30), 이승민(ERA 8.56)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가뜩이나 부족한 왼손인데, 최채흥까지 팀을 옮겼다. 삼성은 최원태와 4년 총액 70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LG 트윈스가 보상선수로 최채흥을 택하며 삼성의 왼손 자원은 더욱 헐거워졌다.
‘신예’ 배찬승에게 더 많은 기회가 갈 환경이 만들어졌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배찬승은 지난 2025 KBO 신인 드래프트 전체 3번으로 삼성의 지명을 받았다. 2024년 고교야구에서 11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했다. 최고 153km/h의 구속을 자랑하는 좌완투수다.
배찬승은 대구고 2학년 때부터 청소년대표팀에 승선할 정도로 촉망받던 자원이었다. 하지만 3학년 들어 부침을 겪었고, 6월부터 구위를 회복해 삼성의 선택을 받았다.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활약이 컸다. 이 대회에서 배찬승은 2경기에 등판해 6.2이닝 12탈삼진 2볼넷 무실점으로 완벽 부활을 알렸다.
지명 당시 삼성 이종열 단장은 “올 시즌을 치르면서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좌완 불펜이 필요했다. 그 부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지명 이유를 밝혔다.
이종열 단장의 말대로 2025년은 불펜으로 뛸 가능성이 크다. 삼성은 최원태와 함께 아리엘 후라도를 영입하며 막강한 선발진을 꾸렸다. 데니 레예스-후라도-원태인-최원태까지 4선발이 갖춰졌고, 나머지 한자리를 좌완 이승현, 백정현, 황동재, 이호성 등이 경쟁하는 체제다. 배찬승이 틈을 비집기엔 쉽지 않다.
배찬승도 지명을 받은 뒤 “보직 상관없이 제 공을 열심히 던지면 된다”면서 “불펜에서 제 모습 잘 보여주고 선발 기회를 주시면 그때 열심히 던져보겠다”라고 답했다.
대구고 박명환 코치와 함께 가다듬은 커터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배찬승은 시즌 중반부터 커터를 구사했고, 이를 바탕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배찬승은 “황금사자기가 끝나고 박명환 코치님과 구종 연구를 했다. 슬라이더를 더 빠르게 던져야 되겠다 싶어서 커터를 써봤다. 그게 저에게 잘 맞아서 잘 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 어울리는 구위형 투수라는 것도 장점이다. 배찬승은 2024년 34이닝을 던져 총 46개의 삼진을 빼앗았다.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도 6.2이닝 동안 12개의 삼진을 솎아냈다. 특유의 각진 외야로 인플레이 타구 허용이 부담스러운 라이온즈 파크 특성상, 강력한 구위를 지닌 투수는 팀 운용에 큰 도움이 된다.
배찬승을 향한 기대는 계약금에서 드러난다. 삼성은 배찬승에게 무려 4억원에 달하는 계약금을 줬다. 원태인과 좌완 이승현(각각 3억5000만원)을 제치고, 2001년 우완 이정호(5억3000만원)에 이어 구단 신인 역대 2위에 올랐다.
삼성에 지명을 받은 뒤 배찬승은 “삼성은 예전부터 좋아했던 팀이다. 연고지도 대구이기도 하고 예전부터 좋아했다. 제가 뽑히게 되어 영광이고 기분이 좋다”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로컬 보이’가 팀의 우승을 견인하는 낭만을 지켜볼 수 있을까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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