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화장실 갔다 왔는데 아직 김선빈이 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토종 우완 에이스 원태인(25)은 작년 한국시리즈 4차전서 2⅓이닝 동안 78개의 공을 던졌다. 6피안타 3사사구 2탈삼진 6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1차전과 달리 4차전서는 KIA 타자들의 끈질긴 파울 커트가 통했다.
당시 KIA 타자들은 원태인의 투구수를 초반부터 늘리는 전략을 갖고 경기에 들어섰다. 1차전서 상대해보니 정상적으로 승부하면 끌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스트라이크 존을 넓혀 과감하게 타격, 투구수를 늘리기로 했다. 사실 원태인의 컨디션이 좋았다면 실패할 작전이었지만, 때마침 원태인의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실제 1회초 선두타자 박찬호가 6구 끝에 2루수 방면 내야안타를 날렸다. 심지어 한국시리즈 내내 타겨감이 좋던 김선빈은 10구 승부 끝에 좌측 담장 상단을 직격하는 2루타를 쳤다. KIA는 1회초부터 원태인의 진을 뺀 끝에 1점을 먼저 냈다.
그런데 포수 김태군의 반응이 흥미롭다. 지난 10일 티빙 유튜브 채널 퍼펙트리그 2024에 땨르면, 김태군은 덕아웃에서 김선빈이 타석에 들어서는 걸 보고 화장실에 갔다고 털어놨다. 9번타자로 나갔으니 어차피 타격을 할 준비는 하지 않아도 무방(?)한 상황이었다.
김태군은 “이때 선빈이 나가는 걸 보고 화장실에 갔다 왔다. 그런데 화장실에 갔다 왔는데도 아직 김선빈이 치고 있더라”고 했다. 당시 김선빈은 10구 중 파울만 6개를 쳤다. 포심과 체인지업 모두 걷어내며 원태인을 괴롭혔다.
김선빈은 한국시리즈 내내 정말 타격감이 좋았다. 그는 구단 유튜브 채널 갸티비를 통해서도 정규시즌 우승 후 1군에서 말소된 뒤 타격연습을 전혀 하지 않고 쉬었다고 밝혀 눈길을 모았다. 이후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그렇게 타격연습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연습경기부터 타격감이 너무 좋아 불안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시리즈서 17타수 10안타 타율 0.588 2타점 3득점으로 MVP에 선정됐다.
양현종은 그런 김선빈을 두고 “게으르다”라고 했다. 어쨌든 김선빈은 자신만의 방식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단, 재밌는 건 김선빈은 원래 타석에서 공을 많이 보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작년 정규시즌서 KIA 타자들 중 타석당 투구수가 가장 많은 선수는 4.04개의 최형우였다. 원래 선구안이 상당히 좋다. 김선빈은 3.80개에 불과했다. 그만큼 한국시리즈 당시 컨디션이 좋았다.
작년 정규시즌 기준으로 투수에게 타석당 공을 가장 많이 던지게 한 타자는 NC 다이노스 외야수 권희동(36)이었다. 4.54개였다. 놀랍게도 탑10에 KIA 타자는 1명도 없었다. 타석에서 공을 많이 봐서 팀 타율 1위를 한 게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때로는 투수에게 공을 많이 던지게 하는 전략이 필요할 때도 있다. KIA 타자들의 한국시리즈 4차전 전략은 그만큼 돋보였다. 그리고 이는 넓은 의미에서 좋은 작전수행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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