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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하얼빈에서 아시안게임(2월 7~14일)이 열리는 게 1996년 이후 두 번째라고 들었어요. 제가 96년생이라 ‘나를 위한 경기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출전하는 모든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 ‘박지원의 대회’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박지원(29·서울시청)은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에이스다. 압도적인 기량으로 빙판 위를 질주하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 투어 종합 1위에게 주는 최우수선수상(MVP) 격 크리스털 글로브를 지난해 2월 끝난 2023~2024시즌까지 2년 연속 품었다. 이후 4월 세계선수권에서는 동료의 ‘팀 킬’ 논란과 함께 2연패에 실패하며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2024~2025시즌 월드 투어 네 차례 대회에서 금 1·은메달 3개를 목에 걸며 다시 최강자로서 ‘포스’를 뿜어냈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매니지먼트사에서 만난 박지원은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며 여느 때처럼 하루 종일 훈련하면서 지내고 있다. 이런 하루가 쌓여서 큰 결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지원은 10대 후반 정상에 선 다른 스타 선수들에 비해 20대 중반이라는 나이에 늦게 빛을 본 선수다. 중국으로 귀화한 동기 임효준(29·중국명 린샤오쥔)과 후배 황대헌(26) 등이 올림픽 등 최고의 무대에서 성적을 낼 동안 그들에 가려 이름을 알릴 기회를 얻지 못했다. 박지원은 당시를 떠올리며 “처음에는 같은 나이대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위치까지 가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굉장히 컸다. 하지만 내 훈련에 집중하면서 그런 생각들을 떨쳐버렸고 그런 힘든 과정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멘털을 갖게 됐다”고 했다.
박지원은 20대 중반 이후 세계선수권 금메달과 2연속 크리스털 글로브 등으로 날아올랐다. 그는 이 같은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쇼트트랙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겠다는 남다른 ‘목표 설정’을 꼽았다. “언제부터인가 쇼트트랙이라는 종목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러던 중 크리스털 글로브가 신설됐고 그것을 꼭 가져야겠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하나를 가졌으니 ‘2회 연속 수상이면 얼마나 더 좋을까’라는 생각이 생겨 더 힘차게 도전했고 결국 갖게 됐어요.”
정말 ‘도전’이었다. 박지원은 “플레이 스타일이라든가 이런 게 너무 알려져 있다 보니 다른 선수가 저를 공략하려고 하는 것들까지 생각해야 하니까 부담되고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화려한 커리어를 쌓은 박지원에게도 아쉬운 구석은 있다. 아직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 종합대회 메달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다음 달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과 내년 2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따내고 말겠다는 염원이 누구보다 강하다. 박지원은 “개인전과 계주 가리지 않고 금메달을 따는 것이 제일 큰 목표”라며 “일정상 첫 메달 결정전이 혼성 계주인데 그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게 중요하다. 첫 금메달이 나오면 남은 종목에서도 대표팀이 더 분발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대표팀의 가장 큰 적은 중국과 일본이다. 중국은 각종 국제 대회에서 한국과 자웅을 겨루는 쇼트트랙 강국이고 일본도 최근 기량이 급성장해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박지원은 “두 국가 선수들 모두 분명 많은 성장을 했다. 하지만 그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했기 때문에 경쟁을 한다면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매 훈련을 한계점에 도달할 때까지 합니다. 외국 선수들이 저를 어떻게 공략하려 할지 분석하고 어떻게 디펜스 해낼지 더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박지원의 좌우명은 ‘나는 항상 최고이고 언제나 최고일 것’이다. “선수 생활 초기에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좌우명을 세웠는데 얼마 전에 바꿨다”는 설명. “‘최고’라는 단어에 조금 더 가까워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다 보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어서 바꾸게 됐다”고 했다.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박지원은 “항상 변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까지 그랬듯 보시는 분들이 항상 행복을 느끼도록 할 것”이라며 “내 플레이가 경기장을 찾는 이유가 되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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