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포수는 유독 성장하는데 경험이 많이 필요한 포지션이다. 주전은 물론 백업 자원을 키우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각 구단 백업 포수 중 삼성 라이온즈 이병헌이 남다른 활약을 보였다.
1999년생인 이병헌은 2024시즌 9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8 출루율 0.335 장타율 0.297을 기록했다. 주전 포수 강민호의 백업으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줬다.
블로킹이 일취월장했다. 시즌 초반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안정감을 찾았다.
기록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9이닝당 폭투+포일 허용률(Pass/9)에서 이병헌은 0.491을 기록했다. 48경기 이상 뛴 선수 중 9위다. 이병헌의 앞에는 김태군(0.239)-김형준(0.310)-이지영(0.384)-장성우(0.389)-박동원(0.391)-강민호(0.415)-김재현(0.439)-손성빈(0.444)이 버티고 있다. 모두 각 팀 주전 포수로, 자연스럽게 이병헌은 백업 중 1위에 올랐다.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utomatic Ball-Strike System, ABS)의 도입 후 블로킹의 중요성이 늘었다. ABS 도입 이전에는 프레이밍을 잘하는 포수가 주목을 받았다. 유강남은 특유의 프레이밍 능력으로 4년 80억원 계약을 따내는 등, 프레이밍을 장기로 하는 포수가 높은 대우를 받았다.
ABS 도입 후에는 프레이밍이 개입할 여지가 사라졌다. ABS는 공이 홈플레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볼과 스트라이크를 선언한다. 포수의 포구는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시즌 도중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프레이밍을 대체할 기술로 ‘블로킹’을 꼽은 바 있다. 염경엽 감독은 “프레이밍은 중요성이 떨어진다”라며 “블로킹에 따라 쉽게 실점할 수도 있고, 쉽게 한 베이스를 줄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앞에 떨구느냐, 멀리 떨구느냐가 다 기술”이라면서 “3루에 (주자가) 있으면 1점이다. 한 베이스를 쉽게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KBO리그의 환경을 생각하면 블로킹의 중요성은 더욱 상승한다. KBO 리그의 타자들은 대부분 컨택 위주의 레벨 스윙을 가져간다. 자연스럽게 횡적인 변화구로는 투수가 타자를 압도하기 쉽지 않다. 헛스윙 혹은 약한 타구를 만들려면 종적인 변화구를 구사해야 하며, 이때 포수의 블로킹 능력이 빛을 발한다.
강민호도 이병헌을 칭찬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강민호는 “이병헌이 많이 성장을 했다”라면서 “이병헌은 군대 문제도 해결되어 있는 선수다. 삼성의 안방을 잘 이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포스트 강민호’를 꿈꾼다면 더욱 정진해야 한다. 한국시리즈 5차전이 그 증거다. 이날 이병헌은 강민호를 대신해 선발 포수로 출장했다. 한국시리즈라는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한 것일까. 이병헌과 삼성 투수진은 무려 3개의 폭투를 헌납하며 5-7 패배를 당했다.
강민호는 올해 40세가 된다. 체력 관리가 필요하며, 이병헌이 뒤를 든든히 받쳐줘야 한다. 이병헌이 수준급 블로킹을 보여준다면 삼성의 대권 도전이 더욱 수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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