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 내야수 하주석(31)이 자존심을 꺾고 원소속팀 한화 이글스와 재계약했다.
한화는 지난 8일 “FA 하주석과 계약 기간 1년, 보장 9000만 원, 옵션 2000만 원을 포함해 총액 1억1000만 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FA 시장에서 하주석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던 분위기를 감안하더라도 보장액이 1억 원 이하로 책정된 것은 예상 밖이었다.
한화는 지난해 11월 FA 시장 개장과 동시에 유격수 심우준(30)을 4년 총액 40억 원에 영입했다. 이는 사실상 하주석과의 결별 선언이었다. 이에 하주석은 원하는 몸값을 받기 위해 이적을 시도했지만, FA B등급인 그의 보상 조건을 감당하며 영입하려는 구단은 없었다. B등급 선수는 보호선수 외 1명과 전년도 연봉 100% 또는 200%의 보상이 필요하다.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보상 규모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트레이드 카드를 맞추는 것까지 고려하는 건 쉽지 않다”고 냉정히 평가했다.
결국 하주석은 한화에 잔류하지 않으면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이런 상황에서 하주석은 구단 주도하의 협상에 따를 수밖에 없었고, 보장액 9000만 원에 합의했다.
하주석은 한화와 계약을 하고 난 후에 자신의 SNS에 감사 인사를 남겼다. 그는 “팬 여러분 항상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종이를 든 사진을 올렸다. “팬 여러분, 신구장에서 좋은 모습으로 곧 뵙겠습니다”고 인사했다.
하주석은 2012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해 주전 유격수로 성장했다. 2016년과 2017년에는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2022년 음주운전으로 7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으며 입지가 좁아졌다. 이 기간 동안 이도윤(29)이 주전 자리를 차지했고, 신인 황영묵(26)에게도 밀렸다.
FA 시장에서의 하주석의 사례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FA를 신청한 것이 결국 참담한 결과를 불러왔다. 다른 구단들은 백업 선수였던 하주석에게 투자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현재 FA 미계약자는 이용찬(36), 문성현(34), 김성욱(32), 서건창(36) 등 네 명이 남아 있다. 이들 역시 하주석과 비슷한 어려움에 처해 있으며,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특히 이용찬과 문성현은 나이와 부진한 성적, 보상 조건이 걸림돌이다.
서건창은 지난해 타율 0.310, 1홈런, 26타점, 40득점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며 KIA의 통합 우승을 견인했다. 주전급은 아니지만 백업 내야수로는 아직 충분한 가치가 있다.
김성욱은 2024시즌 12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04, 73안타, 17홈런, 60타점, 10도루, 출루율 0.291, 장타율 0.380을 기록했다. 타율은 낮지만 홈런 17개로 펀치력을 과시했다.
현재 서건창과 김성욱의 경우 원 소속팀과 협상 테이블을 차리며 격차를 좁혀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용찬의 경우 FA B등급으로 타 구단서 영입시 보호선수 25명 외 보상 선수를 내줘야 한다. 30대 중후반의 이용찬을 보상 선수까지 내주며 영입하기는 부담스럽다. 여기에 이용찬은 직전 시즌 성적이 57경기 3승 9패 2홀드 16세이브 평균자책점 6.13으로 좋지 않았다.
2010년 입단 후 줄곧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던 문성현은 지난해 42경기 1승 2패 2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6.57로 부진한 성적을 내며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각 구단들이 1월 안에 일제히 스프링캠프를 떠나는 가운데 조급한 쪽은 선수다. 스프링캠프까지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면 시즌 준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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