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진짜 지금 던지면 무조건 150km 나올 것 같고…”
KIA 타이거즈 우완 황동하(23)가 8일 구단 유튜브 채널 갸티비를 통해 한국시리즈를 돌아보며 ‘웃픈 138km’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화면에 잡히지 않았지만 같은 공간에 있던 이의리와 윤영철이 대폭소했다. 댓글에도 웃음이 넘쳤다.
황동하는 인상고를 졸업하고 2022년 2차 7라운드 65순위로 입단했다. 이미 7라운드의 신화다. 생애 처음으로 정식 선발투수로 자리잡았고, 한국시리즈에도 나갔다. 물론 선발투수가 아닌 불펜투수로 나갔지만, 잊지 못할 사건이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10월25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3차전이다. 1~2차전서 기회를 얻지 못한 황동하는 3차전서 생애 첫 한국시리즈 등판이 성사됐다. 그런데 경기를 앞두고 몸을 푸는데 컨디션이 너무 좋았다. 정규시즌 이후 푹 쉬며 훈련만 했으니 그럴 수 있었다.
황동하는 “너무 많이 쉬니까 몸이, 힘이 너무 좋은 거예요. 지금 진짜 던지면 150km 나올 것 같고. 그래서 이제 몸을 푸는데 진짜 ‘이거는 오늘 큰일 났다’였다. 경기에 들어갔는데 투 스트라이크를 잡고 박병호 선배에게 직구를 하나 던졌어요. 직구가 손에서 잊을 수 없는 감각이었거든요. 그래서 이건 전광판 보면 안 되겠다. 이거 무조건 150km 아니면 140km대 후반이다. 이걸 보면 내가 너무 업 될까봐 일부러 안 봤어요. 너무 자신 있게 공을 던졌다”라고 했다.
그러나 공을 받은 포수 김태군은 진실을 알고 있었다. 당연히 전광판도 봤지만 미트에 공이 들어오는 순간 모든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138km 짜리가 이렇게 오더라고요”라면서 “동하야 미안하다. 너한테 이제 직구 없다”라고 했다.
이때부터 이의리와 윤영철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김태군은 당연히 더 이상 패스트볼 사인을 내지 않았다. 한 방 있는 박병호에게 130km대 패스트볼은 위험하기 때문. 황동하는 “경기 끝나고 봤는데 분명히 3구에 직구를 던졌거든요? 그런데 138km인 거예요. 이건 잘못 나온 줄 알고 또 직구를 던졌는데 138km이었어요. 더 이상 안 가는 거예요”라고 했다.
억울했던(?) 황동하는 나중에 김태군에게 따로 찾아가 한국시리즈 3차전에 자신의 패스트볼이 정말 좋지 않았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김태군은 “난 약간 공감을 안 해주는 스타일이다. ‘미안한데 직구가 기어오더라. 애기가 기어오듯이. 그래서 너한테 직구 사인 안 낸 거야’라고 했다. 그러니까 동하가 상처를 좀 많이 받은 것 같아요”라고 했다.
황동하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약간 나 혼자만의 착각, 자신감, 나 혼자 좋았던 그런 느낌이었다”라고 했다. 아무렴 어떤가. 황동하는 한국시리즈 3차전서 ⅓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다음날 4차전에도 등판해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역시 잘 던졌다. 2경기 평균자책점 제로.
황동하는 공이 빠른 투수는 아니다.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센터에 단기유학을 다녀온 뒤 140km 초~중반의 공을 던지기 시작한 정도다. 그러나 투수가 공만 빠르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이미 황동하가 그걸 증명했다. 150km을 던진 것 같았는데 138km라고 실망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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