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노찬혁 기자]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동남아 챔피언으로 만든 김상식 감독이 전북 현대 시절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상식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은 7일 화상회의를 통해 ‘2024 미쓰비시컵 아세안축구연맹 축구선수권대회(AFF컵)’ 우승 기념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지난해 5월 베트남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이번 AFF컵에서 무패 우승을 견인하며 베트남을 7년 만에 정상에 올려놓았다. 베트남은 결승전에서 태국을 상대로 승리하며 2022년 대회 결승전 패배를 설욕했고, 통산 세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김 감독은 “K리그 1등 감독, 동남아 1등 감독”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드라마를 쓴 것 같다. 매 순간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 펼쳐져 당황했다. 태국과의 2차전, 두 번째 실점이 기억에 남는다. 비매너 장면에서 실점했는데 우승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김 감독이 베트남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다. 전북에서의 커리어 때문이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2번의 K리그1 우승을 경험한 뒤 2013년 현역에서 은퇴했고, ‘친정팀’ 전북에서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2013년 플레잉 코치를 맡았고, 2014년부터 5년 동안 필드코치를 역임했다. 2019시즌부터 주제 모라이스 감독을 보좌하며 수석코치로 승진했고, 2021시즌 모라이스 감독이 떠난 뒤 전북 사령탑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전북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김 감독은 2021시즌 K리그1과 2022시즌 FA컵(현 코리아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2년 연속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만 2023시즌 3승 1무 6패로 부진에 빠졌다.
당시 전북 팬들은 틈만 나면 홈 구장에 찾아와 ‘김상식 나가!’를 외쳤고, 그때마다 김 감독은 확성기를 들고 전북 팬들 앞에서 사과하기 바빴다. ‘버스막기’도 수차례 당했고, 심지어 가족을 들먹이는 선 넘는 행동까지 나왔다.
결국 김 감독은 전북 감독직을 사임했다. 이후 김 감독은 휴식기를 가진 뒤 지난해 5월 베트남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했고, 불과 7개월 만에 베트남을 동남아 최강팀으로 만들었다. 김 감독은 ‘쌀딩크’로 불린 박항서 감독처럼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다.
김 감독이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건 ‘도전’과 ‘노력’에 있다. 김 감독은 박 감독 이후 베트남의 두 번째 한국인 감독이 되면서 많은 부담을 받았지만 보란 듯이 이겨냈다. 김 감독 역시 “감독은 멈추지 않고 도전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철저한 분석과 노력이 뒷받침했다. 박 감독의 성공과 필립 트루시에 감독의 실패를 철저하게 분석한 김 감독은 베트남의 선수 선발과 선수 기용 부분에서 변화를 줬고, 철학을 베트남 대표팀에 입혔다. 심지어 직접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관찰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에서 김 감독은 “박 감독의 성공과 트루시에 감독의 실패를 보고 성공과 실패 이유를 분석했다. 선수 선발과 기용, 전술적 부분을 일관성 있게 추구했다”며 “발품을 팔아 선수들의 상태, 전술, 퍼포먼스를 보고 버릇까지 어떻게 발전시킬까 고민했다”고 밝혔다.
분석과 노력에 의해 김 감독의 팀은 완전히 달라졌다. 베트남은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김 감독은 새로운 목표를 2027 아시안컵 본선 진출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로 삼았다.
김 감독은 여전히 전북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는 “전북 팬들 나가라는 소리가 한 번씩 그립기도 하다. 전북에서 많은 우승에도 ‘바보’라는 소리를 들었다. 전북은 매년 우승해야 하는 팀이기 때문에 비판을 들었는데 아직 살아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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