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터미네이터인 줄 알았다”
연습 배팅을 지켜보는 KT 이강철 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이강철 감독의 맘을 훔친 선수는 바로 안현민이다. 안현민이 부상 불운을 털어내고 2025년을 정조준한다.
임호초-개성중-마산고를 졸업한 안현민은 2022 신인 드래프트 2차 4라운드 38순위로 KT의 선택을 받았다. 고교 시절 안현민의 별명은 ‘도루하는 포수’였다. 183cm 90kg의 당당한 체격으로 홈플레이트를 지켰고, 빠른 발로 누상에서는 상대 배터리를 농락하곤 했다.
퓨처스리그에서 2022시즌을 마친 뒤 빠르게 입대를 결정했다. 안현민은 경기도 양구 21사단에서 취사병으로 병역 의무를 마쳤다. 군 생활 도중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질 몸매를 가꿨다. 지난해 2월 28일 무사히 제대했고 KT 퓨처스리그 팀으로 돌아왔다. 금세 두곽을 드러낸 안현민은 KT의 유망주 육성 프로그램 ‘빅또리 투어’를 통해 1군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지난해 5월 26일 경기를 앞두고 안현민의 연습 배팅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이때 안현민은 170km/h를 넘나드는 타구를 연신 뽑아냈다. 더그아웃에서 봐도 근육질의 몸이 돋보였고, 공을 쪼갤 듯 방망이를 돌렸다.
이강철 감독은 “박용택 해설이 전날 와서 계속 보고 있었다. 그날은 계속 장외로 넘겼더더라. 진짜 터미네이터인 줄 알았다”며 웃었다.
KT 입단 후 외야수로 전향했다. 당시 이강철 감독은 “고관절이 딱딱해서 포수로 안 쓰고 외야 연습을 시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깨가 엄청 강하다. 그런데 가까운데 던지는 데 조금 입스가 있었다”라면서 “외야로 오더니 포수가 못 잡을 정도로 공이 빨리 오더라”라고 답했다.
5월 30일 육성 선수 신분이 해제됐고, 꿈에 그리던 1군 엔트리에 입성했다. 6월 16일 좌익수로 처음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19일 롯데 자이언츠전 데뷔 첫 홈런을 신고했다. 이 타구는 무려 130m를 비행해 중앙 담장을 넘어갔다.
출전시간을 늘려가던 중 부상 악령이 찾아왔다. 안현민은 6월 23일 LG 트윈스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 6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3회 1사 1루에서 유격수 앞 땅볼을 치며 1루 주자 장성우와 자리를 맞바꿨다. 김상수 타석에서 2루를 훔쳤는데, 2루수 신민재의 발과 안현민의 오른손이 겹쳤다. 이 충돌로 안현민은 우측 약지 부상을 당했고, 검진 결과 측부 인대 파열 소견으로 수술을 받았다.
2개월가량의 재활 끝에 9월 1군에 복귀했다. 하지만 멜 로하스 주니어, 배정대, 김민혁이 버티는 외야를 뚫어내지 못했고, 타격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결국 9월 7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시즌을 마감했다. 안현민은 2024년 16경기 25타수 5안타 1홈런 5득점 2타점 타율 0.200 출루율 0.276 장타율 0.400을 기록했다.
퓨처스리그에서는 눈에 띄는 장타력을 보였다. 29경기에서 26안타를 때렸고, 이 중 장타가 2루타 4개, 3루타 3개, 홈런 4개로 총 11개다. 타율 0.292 출루율 0.400 장타율 0.539를 작성했다.
KT 외야 장타 가뭄을 끝내줄 인재다. KT 외야진은 지난 시즌 총 41개의 홈런을 쳤다. 이 중 로하스가 친 32개를 제외하면 겨우 9개가 남는다. 배정대가 7개, 김민혁과 안현민이 각각 1개씩을 기록했다.
외야는 팀의 공격을 책임져야 한다. KT 외야진은 한화와 함께 리그 홈런 공동 7위에 그쳤다. 배정대는 갭 파워를 보유했지만 많은 홈런을 치는 타자가 아니다. 김민혁은 컨택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라 홈런을 바랄 수 없다. KT의 외야 풀을 보면 장타를 기대할 수 있는 토종 선수는 안현민뿐이다.
이강철 감독의 바람대로 안현민이 KT의 장타 마법을 가져올까. 안현민의 2025시즌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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