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타격장인과 함께하는 류지혁(31, 삼성 라이온즈), 만루의 남자 김태군(36, KIA 타이거즈).
2023년 7월5일이었다. KIA와 삼성은 1대1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2명만 오가는 거래였지만, 빅딜이었다. 포수난에 시달리던 KIA와 내야 뎁스 보강을 원하는 삼성의 뜻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1년 반이 흐른 시점에서, 이 트레이드는 윈-윈이다.
아무래도 KIA가 급한 거래였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었고, 수년간 지적된 안방 약점에 대한 답을 확실히 찾지 못했다. 심재학 단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3년 봄 부임 직후부터 장고를 한 끝에 트레이드를 택했다. 그리고 전임단장의 ‘박동원(LG 트윈스) 반 시즌 렌탈’ 케이스를 반복하지 않았다. 김태군에게 정규시즌 막판 3년 25억원 비FA 다년계약을 안겼다.
KIA 안방은 기대대로 김태군 영입으로 단숨에 안정감을 찾았다. 최형우는 김태군을 두고 “작전수행을 잘 하는 포수”라고 했다. 타석에서의 작전수행을 말하는 게 아니라 수비 시 상황 판단 및 대처 투수 및 야수 리드 등을 의미한다. 작년 한국시리즈 1차전 서스펜디드 게임 재개 당시 곧바로 확인됐다. 삼성의 번트 작전을 완벽하게 대처했다.
블로킹, 캐칭 등 기본기가 좋고, 기본에 입각한 안정된 수비력이 최대 미덕이다. 아울러 타격은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니지만, 만루에서 유독 강했다. 한국시리즈 4차전서 송은범에게 때린 좌월 스리런포가 생애 첫 그랜드슬램이었다. 그 한 방으로 시리즈 흐름을 KIA로 완전히 가왔다.
선, 후배들을 마다하지 않고 쓴소리 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팀워크를 해치거나, 기본에 입각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을 그냥 두고 보지 않았다. 천하의 김도영이든, 1살 형 양현종이든 가차 없었다. 팀 케미스트리에 엄청난 도움이 됐다.
삼성도 류지혁 영입으로 내야에 안정감을 더했다. 현재 삼성은 유격수 이재현, 3루수 김영웅 등으로 완전히 리빌딩이 됐다. 류지혁은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이들과 베테랑을 잇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 실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작전수행능력도 뛰어나다.
워크에식이 좋고, 후배들을 잘 이끄는 선배이기도 했다. KIA 시절엔 ‘신인’ 김도영의 길잡이였으며, 삼성 이적 후에도 빠르게 적응하며 없으면 안 될 선수가 됐다. 삼성이 올 겨울 류지혁에게 4년 26억원 FA 계약을 안긴 이유다.
류지혁은 계약 이후 구단을 통해 강민호와 구자욱으로부터 꼭 남아달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삼성 사람들이 1년 반 동안 함께한 류지혁은 기록 이상으로 좋은 선수였다. 나이도 30대 초반이어서, 이번 FA 계약기간에 전성기를 보낼 듯하다.
그런 류지혁은 KIA와의 인연도 이어간다. 현재 타격장인 최형우가 주최하는 괌 미니캠프에서 이우성, 최원준과 함께하고 있다. 팀을 떠나 야구 선후배들의 우정이 돈독해 보인다. 팀은 다르지만, 최형우와 함께하는 개인훈련이 류지혁에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두 사람은 작년 가을 한국시리즈서 나란히 친정을 상대했다. 김태군이 웃었고 류지혁은 웃지 못했다. 그러나 내년, 내년 이후에는 또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 KIA와 삼성은 내년에도 강력한 우승후보아고, 이 트레이드의 최종 성패는 역사가 평가할 일이다. 어쨌든 1년 반이 흐른 시점까지는 윈-윈이다. 근래 몇 년 간 벌어진 굵직한 거래 중 대부분 사람이 만족하는 거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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