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긴 시간을 돌아왔다. 마침내 자신의 둥지를 찾고 잠재력을 만개했다. 롯데 자이언츠 3루수 손호영의 이야기다.
외왕부곡초-평촌중-충훈고를 졸업한 손호영은 고3 시절 아쉬운 성적을 남기며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했다. 홍익대로 진학했지만 자퇴를 택했고 2014년 시카고 컵스와 계약 후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미국의 벽은 두터웠다. 손호영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루키 리그와 하위 싱글A를 오가며 69경기 193타수 46안타 16도루 27득점 17타점 타율 0.238 출루율 0.310 장타율 0.295 OPS 0.606을 기록했다. 2016년은 투수로도 4경기를 소화하며 1승 1패 평균자책점 8.10을 기록했다. 컵스는 2017년 손호영을 방출했다.
고난에도 손호영은 흔들리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곧바로 병역의 의무를 수행했다. 이후 독립리그 연천 미라클을 거쳐 2020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3라운드 23순위로 LG 트윈스의 지명을 받았다. 손호영은 데뷔 시즌인 2020년 23경기 30타수 11안타 5도루 9득점 3타점 타율 0.367 출루율 0.387 장타율 0.433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이후 부상과 부진이 이어졌다. 잦은 부상으로 자신의 자리를 잡지 못했고, 2021년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며 어려움을 겪었다. 손호영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총 74경기 29안타 타율 0.227로 부진했다.
2024년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롯데는 지난해 3월 30일 우완 사이드암 우강훈과 손호영을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롯데는 “손호영 선수가 내야 주전 경쟁이 가능하며 대수비, 대주자, 대타 모두 가능한 자원으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트레이드 이유를 밝혔다.
이적과 동시에 잠재력이 만개했다. 손호영은 4월 2일부터 6월 20일까지 30경기 연속 안타를 작성하며 롯데의 팀 타선을 이끌었다. 30경기 연속 안타는 KBO리그 역대 공동 3위 기록이다. 앞서 2018년 김재환(두산 베어스)이 30경기 연속 안타를 작성한 바 있다. 안타 하나를 추가할 경우 단독 2위 ‘롯데 레전드’ 박정태(31경기 연속 안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지만 안타를 더하지 못하며 30경기 연속 안타 기록에 만족해야 했다. 역대 최다경기 연속 안타는 2023~2024년 박종호가 작성한 39경기 연속 안타다.
손호영은 2024년 102경기 398타수 126안타 18홈런 7도루 70득점 78타점 타율 0.317 출루율 0.354 장타율 0.538을 기록했다. 430타석에 그치며 규정타석(446타석)엔 미치지 못했지만 모든 누적 기록에서 커리어 하이를 썼다. 300타석 이상을 소화한 롯데 선수 중 홈런·장타율 1위, 타율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올해 활약을 바탕으로 ‘2024 뉴트리디데이 일구상’ 시상식에서 의지노력상을 수상했다.
시원한 연봉 인상이 예상된다. 지난해 손호영은 연봉 4500만원을 받았다. 올해 활약상을 봤을 때 단숨에 억대 연봉까지 점프할 것으로 보인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란 말이 있다. 손호영은 누구보다 흔들렸지만 야구라는 자신의 꿈을 놓지 않았고, 30세의 나이에 인정받는 성적을 거뒀다. 그에 걸맞은 연봉도 따라올 전망이다. 2025년 계속될 손호영의 활약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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