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천재 타자’ 강백호(KT 위즈)가 FA 시장에 등장할 전망이다. 올해 수비 포지션에 따라 최소 수십억원의 변화가 생긴다.
2018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1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은 강백호는 데뷔 첫 타석부터 홈런을 터트리며 화려하게 KBO 리그에 입성했다. 강백호는 2018년 3월 24일 광주 KIA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개막전에서 7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0-2로 뒤진 3회 팀의 선두타자로 출전해 상대 선발 헥터 노에시의 6구 빠른 공을 통타, 좌월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뽑았다. 고졸 신인 선수 중 데뷔 첫 타석에서 홈런을 친 건 강백호가 최초다. 또한 18세 7개월 23일의 나이로 최연소 시즌 1호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 성적은 더욱 화려했다. 2018년 29홈런으로 고졸 신인이자 좌타자 신인 최다 홈런 기록을 새로 썼다. 2019년에는 홈런은 13개로 줄었지만 타율을 0.336으로 끌어올리며 정확성을 입증했고, 2020년에는 23홈런과 타율 0.330으로 컨택과 장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2021년을 최고의 한 해로 만들었다. 당시 강백호는 7월까지 4할 타율을 치며 KT의 팀 타선을 이끌었다. 강백호의 활약에 힘입어 KT는 시즌 막판까지 삼성 라이온즈와 치열한 1위 싸움을 펼쳤다. KBO 리그 최초로 열린 1위 결정전에서 강백호가 결승 1타점 적시타를 기록, 팀의 첫 정규시즌 1위를 견인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강백호는 멈추지 않았다. 1차전과 2차전에서 8연타석 출루를 달성하며 2020년 김재호(두산 베어스)와 역대 한국시리즈 최다 연타석 출루 타이를 이뤘다. 결국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12타수 6안타 3득점 1타점 타율 0.500 출루율 0.547 장타율 0.500으로 팀이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악재가 찾아왔다. 2022년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62경기 출전 타율 0.245로 커리어 로우를 썼고, 2023년에도 71경기 출전에 그쳤다. 리그 외적으로는 국제대회에서 나온 실수로 엄청난 비난을 받았고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강백호는 드디어 반전을 이뤄냈다. 강백호는 144경기 550타수 159안타 26홈런 92득점 96타점 타율 0.289 출루율 0.360 장타율 0.480 OPS 0.840을 기록했다. 2020년 이후 처음으로 20홈런을 넘겼고 커리어 처음으로 전 경기에 출전했다. 굳이 아쉬움을 찾자면 전반기(타율 0.315 출루율 0.378 장타율 0.559 OPS 0.937)에 비해 후반기(타율 0.248 출루율 0.331 장타율 0.352 OPS 0.683) 성적이 감소했다는 것.
2025시즌을 잘 마무리하면 강백호는 생애 첫 FA 자격을 얻는다. 박찬호, 최원준, 조상우, 양현종(이상 KIA 타이거즈), 박병호, 강민호(이상 삼성 라이온즈), 김광현(SSG 랜더스), 김재환(두산 베어스) 등도 FA 자격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단연 최대어는 강백호다. 1999년생으로 2026년 27세 시즌을 맞이한다. 타자로서 전성기에 진입하는 나이인 만큼 FA 이후에도 오래도록 활약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컨택과 선구안도 확실하니 부상만 없다면 오래도록 활약하는 타입의 선수다.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 금메달로 병역까지 해결했다.
걸림돌은 수비 포지션이다. 서울고 시절 강백호는 포수와 투수를 병행했다. KT에 입단 후 루키 시즌에는 좌익수로 뛰었고, 이듬해 우익수로 자리를 옮겼다. 2020년부터는 1루에 자리를 잡았다. 2022년부터 대부분의 시간을 지명타자 포지션에서 보냈다. 가끔 1루 혹은 우익수로 출전했지만, 지명타자 출전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2024년은 ‘포수’로 자리를 잡았다. 시즌 초 이강철 감독은 강백호의 수비 포지션에 대해 “지명타자와 우익수를 번갈아 가면서 쓸 것”이라면서 “주 포지션은 지명타자로 봐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던 3월 31일 한화 이글스전 강백호를 선발 포수로 깜짝 출전시켰다. 이후 강백호는 포수와 지명타자를 오가며 경기에 나섰다.
이강철 감독은 “강백호는 장성우가 힘들 때마다 포수로 나간다”면서 “볼 배합도 하면서 스트레스받고, 여기서 뭘 던져야 하지 나 혼자 고민하니까 포수들이 방망이를 잘 친다. (포수를) 계속하면 (방망이를) 더 잘 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utomatic Ball-Strike System, ABS)의 도입도 ‘포수’ 강백호 기용에 도움이 됐다. 사람이 심판을 본다면 볼을 스트라이크로 만드는 프레이밍이 중요하다. KBO는 세계 최초로 ABS를 도입했고, 트래킹 데이터를 통해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렸다. 자연스럽게 심판의 눈을 속이는 프레이밍이 개입할 여지가 사라졌고, 포수들은 포구에 집중하는 환경이 조성됐다. ABS가 없었다면 강백호의 포수 적응이 더욱 어려웠을 것.
하지만 후반기 들어 강백호의 포수 출전 횟수가 줄었다. 전반기는 장성우의 뒤를 강백호가 책임졌으나 후반기부터 조대현이 백업 포수로 출전하는 경우가 늘었다. 강백호는 후반기 대부분을 지명타자로 뛰었다.
준비가 부족한 만큼 포수 수비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도루 저지율은 20.0%로 나쁘지 않았지만 도루 시도율이 15.0%로 매우 높았다. 이는 12경기 이상 소화한 포수 중 가장 높은 수치다.(2위 박상언 10.2%) 9이닝당 폭투와 포일 허용 비율(Pass/9)은 1.008로 리그 최다 3위다.
2025년 수비 포지션이 화두에 오를 수밖에 없다. 타격 재능은 확실하다. 명확히 정해진 수비 포지션이 없는 만큼 2025년 위치에 따라 FA 가격이 크게 바뀐다. 1루와 지명타자라면 가치가 떨어지고, 포수로 한 시즌 동안 실력을 입증한다면 엄청난 계약을 맺을 수 있다. 포수 강백호라면 100억원이 시작이라 봐야 한다.
야구 인생 기로에 섰다. 2025년 강백호와 KT의 선택에 따라 FA 시장이 요동친다. 앞으로의 운명도 수비 포지션에 따라 갈릴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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