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선동열과 류중일의 대업. 꽃범호가 도전한다.
KBO리그 역사에서 사령탑 데뷔 첫 시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케이스는 2005년 선동열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 2011년 류중일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 2015년 김태형 전 두산 베어스(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전부다.
평생 한번 하기 힘든 우승을, 감독 경험이 일천한 첫 시즌에 하는 건 대단히 어렵다는 걸 역사가 증명한다. 그런 역사를, 하물며 스프링캠프 도중에 감독으로 임명된 지도자가 이어갔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 주인공이다.
이범호 감독은 2024년 2월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서 타격코치로 일하다 하루아침에 감독이 됐다. 그러나 그는 준비된 감독이었다. 구단은 이범호 감독만을 새 사령탑 최종후보로 선정했을 정도로 신뢰가 두터웠다.
김기태 전 감독을 지향한 형님 리더십을 바탕으로, 철저히 기본을 중시하는 사령탑이다. 전임 감독의 불미스러운 하차로 어수선한 팀을 곧바로 하나로 뭉치게 했다. 숱한 부상 악재에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마침내 KIA에 7년만에 통합우승을 안겼다.
알고 보면 데뷔 첫 시즌에 통합우승을 차지한 건, 선동열 전 감독과 류중일 전 감독이 전부다. 현역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김태형 감독도 첫해였던 2015년에 정규시즌을 우승하진 못했다. 이제 이범호 감독은 2025시즌에 다시 한번 선배 감독들의 위대한 업적을 바라본다.
감독 데뷔와 함께 통합 2연패다. 선동열 전 감독은 2005년부터 2006년까지 삼성의 통합 2연패를 이끌었다. 류중일 전 감독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정규시즌 5연패에 2014년까지 통합 4연패를 견인했다. 김태형 감독도 데뷔와 함께 통합 우승은 못했지만, 데뷔와 함께 한국시리즈를 2연패했다.
KIA는 2024시즌 2월에 이범호 감독에게 계약기간 2년, 계약금과 연봉 3억원씩 총액 9억원을 안겼다. 10개 구단 사령탑 중 SSG 랜더스 이숭용 감독과 함께 가장 작은 규모였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이 첫 시즌부터 통합우승을 하자 KIA는 이 계약을 깔끔하게 파기했다. 그리고 3년 계약금 5억원, 연봉 5억원, 옵션 6억원까지 총액 26억원 계약을 안겼다.
올 시즌은 3년 26억원 계약의 첫 시즌이다. 단 1년만에 10개 구단 사령탑 중 가장 좋은 대우를 받는다. 물론 보장금액은 20억원이다. 구단은 옵션 내용을 비공개했지만, 업계에선 한국시리즈 우승과 연관이 있을 것이란 추측을 내놓는다. 이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감독에게 구단이 바라는 게 준우승이나 3위일 수 없다.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게 어렵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이 아니면 그 어떤 지도자가 KIA에서 이런 대우, 이런 도전을 할 수 있을까.
구단은 2025시즌 이후 경쟁균형세 납부 위기에 몰릴 것을 알고도 조상우를 트레이드로 영입, 이범호 감독에게 다시 한번 힘을 실어줬다. 새 외국인선수 애덤 올러와 패트릭 위즈점도 심상찮은 선수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1차 스프링캠프지를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으로 선택한 것에도 이범호 감독의 선호도가 반영됐다.
올 시즌 후 양현종 조상우 박찬호 최원준 이준영 한승택이 한꺼번에 FA 자격을 얻는다. 경쟁균형세 이슈까지 더하면 올 시즌 전력이 당분간 가장 좋을 것으로 보인다. KIA 출범 후 한번도 맛보지 못한 통합 2연패의 절호의 기회다. 베테랑들이 나이를 더 먹기 전에 도전해야 한다.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도전이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박진만 감독과 염경엽 감독은 계약 마지막 시즌을 맞이해 대권 도전에 올인할 전망이다. 이범호 감독이 선배 감독들의 거센 추격과 도전을 뿌리고 선동열 전 감독, 류중일 전 감독을 소환하면 진정한 명장 반열에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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