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도현이나 동하 중 한 명을 불펜으로 돌려야 할 것 같다.”
지난 11일 체육기자의 밤 시상식을 앞두고 만난 이범호 감독은 위와 같이 얘기했다. 장현식(LG 트윈스)이 이적하면서 생긴 불펜의 구멍을, 김도현이나 황동하 중 한 명으로 메우겠다는 계산. 다시 말해 김도현이나 황동하가 롱릴리프가 아닌 1이닝 셋업맨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이후 마운드 사정이 또 바뀌었다. KIA가 이번 오프시즌을 뒤흔든 조상우 트레이드의 승자가 됐기 때문이다. KIA는 어지간한 외부 FA 영입 한 명에 맞먹는, 파급력 높은 빅딜을 단행하며 오히려 불펜을 보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무래도 건강하면 조상우의 급이 장현식보다 높다고 보는 시선이 일반적이다.
현 시점에서 KIA의 2025시즌 필승계투조는 마무리 정해영에, 조상우와 전상현이 7~8회 메인 셋업맨을 맡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무래도 정해영은 7~8회에 준비해본 경험이 적다. 반면 조상우는 마무리와 7~8회 셋업맨을 두루 소화해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양한 역할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들 앞을 올해 대박을 친 사이드암 곽도규와 최근 FA 계약을 맺은 임기영이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올 시즌 막판 나란히 폼을 바꾼 유승철과 김기훈이 성장하면 6회가 강력해질 것이다. 좌완 원포인트 이준영이나 김대유가 이들 사이에 양념을 칠 수 있다.
이렇게 돌아가면 굳이 김도현이나 황동하가 셋업맨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역시 변수는 재활 중인 이의리라고 봐야 한다. 이의리는 재활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심재학 단장은 내년 6월 복귀를 예상했다. 최근 구단 유튜브 채널 갸티비를 보면 이의리의 재활은 매우 순조롭다.
단, 이범호 감독은 이의리를 내년엔 사실상 없는 전력으로 계산, 2026년을 복귀 원년으로 바라본다. 토미 존 수술을 받고 돌아오자마자 예년의 구위를 보여주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생각이다. 과거 사례들이 얘기해준다. 가장 최근엔 SSG 랜더스 문승원과 박종훈이 여름에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이듬해 여름에 돌아왔지만, 바로 정상적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 이의리가 복귀시점을 앞당기는 것보다 돌아와서 건강하게 연착륙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즉, 이의리가 2025시즌에 정상적으로 로테이션을 돌기 힘들고 관리가 필요하다면, 김도현과 황동하 모두 선발로 준비하는 게 마침맞다. 또 선발로 준비하면 셋업맨으로 돌아서는 게 어렵지 않다. 반대로 셋업맨으로 살다 선발을 하려면 그만큼의 투구수 빌드업 과정이 필요하다.
이범호 감독은 2025 드래프트 신인 1라운더 김태형도 기본적으로 2군에서 선발수업을 받게 하되, 간혹 백업 선발로 활용할 계획을 드러냈다. 이의리의 빠른 재활이 반갑지만,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게 중요하다.
모든 투수가 제 몫을 해주면 감독들이 걱정할 일이 없지만, 야구는 인생과 같아서 마음대로 안 풀린다. 이범호 감독도 어바인에서 투수들의 몸 상태를 체크하면서 장기레이스 구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몇몇 투수는 연말에 샬럿 트레드 어슬레틱센터로 떠나 미리 몸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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