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야, 너 머리 한번 길러봐라.”
롯데 자이언츠 클로저 김원중(31)은 긴 머리카락이 트레이드 마크다. 마무리를 시작한 2020시즌을 앞두고 머리를 기르기 시작해 올 시즌까지 약 5년간 유지 및 관리해왔다. 긴 머리카락과 함께, 김원중도 롯데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올 시즌까지 25세이브, 35세이브, 17세이브, 30세이브, 25세이브로 통산 132세이브를 따냈다.
그 결과 4년 54억원 FA 계약을 따냈다. FA 투수의 50억원대 이상 계약은 단 16차례 밖에 없다. 불펜투수는 단 6명이고, 김원중은 84억원의 정우람, 65억원의 안지만, 60억원의 손승락, 58억원의 김재윤(KT 위즈)에 이어 역대 불펜투수 5위다.
김원중이 머리카락을 기른 건 마무리로 보직도 바꿨고, 더 강해 보이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역시 최고참 이대호의 ‘컨펌’이 있었다. 김원중과 구승민은 최근 이대호의 유튜브 채널 이대호[RE:DAEHO]에 출연, 야구토크를 나눴다.
김원중은 “기부도 하고(실제 한 차례 머리카락을 잘라 소아암 어린이 돕기에도 나섰다) 좋은 마음이 많았지만, (이대호)선배님한테 혼도 많이 났다. 은퇴하시기 1년 전인가 ‘야, 너 머리 한번 길러봐라’ 그러셨다. 선배님들이 있는데 머리 기르는 건 솔직히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라고 했다.
김원중은 스프링캠프에 떠나기 전에 당시 주장 민병헌에게 전화해 “진짜 기르고 가도 되나요”라고 했다. 민병헌은 이대호에게 알린 뒤 허락을 받았고, 김원중은 실제로 스프링캠프에 머리를 기르고 등장했다. 김원중의 얘기를 듣던 이대호는 미소를 머금었다.
김원중의 장발 스타일 유지는, 일종의 ‘자기 캐릭터’ 구축의 효과도 있었다. 머리카락을 기른 뒤 리그에서 인지도도 훨씬 높아졌고, 야구도 잘 했다. 마무리를 맡기 전엔 평범한 선발 유망주였지만, 이젠 롯데의 대표 수호신이다. 김원중이 불펜의 상수가 됐고, 김원중이 해주지 않으면 롯데 팬들과 이대호의 소원인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가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 김원중이 머리를 자르고 등장하자 이대호는 “기를 때도 멋있었는데 지금 보니까 진짜 어려 보인다. 내가 은퇴할 때 니가 고참인 줄 알았다. 지금 자르고 나니 진짜 어려 보인다”라고 했다. 김원중은 비록 머리카락을 잘랐지만, 경험이 쌓였고 멘탈이 단단해졌다.
김원중은 과거 김광현(SSG 랜더스)와 트레이 힐만 전 SK 와이번스 감독의 기부처럼, 자신도 특별한 일을 해보고 싶었다며 소아암 어린이 돕기 얘기도 꺼냈다. 이 역시 야구에 대한 동기부여가 됐다. “야구를 못해서 중간에 자르면 얼마나 자존심 상하겠습니까. 그래서 말도 안 하고 시즌 후 바로 잘라서 기부했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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