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효성중공업에 입사한 박명주 직장은 지난 2019년 60세가 되면서 42년 동안 다닌 직장에서 정년퇴직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효성중공업에서 일하고 있다. 2020년부터 숙련 촉탁으로, 차단기 제작팀 보전반에서 품질관리·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박 직장은 “마음 같아서는 68세까지는 일하고 싶다”고 했다.
식품회사인 동원홈푸드도 정년은 60세지만, 계속 일하고 싶어 하는 직원은 촉탁직으로 근무할 수 있게 했다. 촉탁직은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는 데 건강에 문제만 없다면 연장에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 현재 가장 나이가 많은 직원은 75세다.
◇60세 정년퇴직, 현장에선 “숙련 인력 필요”
26일 고용노동부는 ‘중장년 계속고용 우수기업 사례집’을 발간했다. 사례집은 정년퇴직한 근로자를 계속고용하고 있는 기업 10곳의 사례를 담았다.
계속고용은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득이라는 평가가 많다. 근로자는 정년 이후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고, 기업들은 수십년 동안 검증된 숙련 인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곳 중 7곳이 제조업 관련 기업인 이유도 이런 점 때문이다. 제조업 기업들은 대부분 지방에 위치한다. 지방은 청년 인구가 적은 데다, 젊은층은 생산직을 선호하지 않는다. 정년퇴직으로 직원 수는 줄어드는데 인력 공백을 메우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이에 대다수 기업은 임금 문제만 해결된다면 기존 직원을 재고용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60세 정년퇴직 이후에도 2년간 숙련 촉탁으로, 근로자를 재고용하고 있다. 재고용한 근로자는 현장에서 요청에 따라 최소 3개월에서 최대 1년 단위로 재계약하고 있다. 현장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직원은 70세다.
동국제강은 아예 정년을 연장했다. 지난 2022년 정년을 만 60세에서 61세로 조정했는데, 내년에는 62세로 연장할 계획이다. 정년 이후 상호 합의를 통해 일부는 재고용되기도 한다. 현재 약 80명이 촉탁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권영주 동국제강 노사화합팀장은 “급변하는 노동환경 속에서 정년 연장으로 고숙련 인력을 일정 기간 더 고용하는 것이 생산성과 인적 경쟁력 유지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나이 많다’고 체력 우려?…”노하우 많아 일 더 잘해”
동원그룹의 식당을 통합 운영하는 동원홈푸드는 60세 정년 이후에도 직원들은 촉탁직으로 계속고용하고 있다. 건강에 문제가 없으면 계속 근무할 수 있다. 신규 채용을 통해 70대 조리원을 채용하기도 했다. 장경혜 동원홈푸드 HR서비스1팀 차장은 “나이가 많아서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겠다는 우려와 달리 노하우가 많아 (중장년이) 오히려 일을 잘하신다”며 “조리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분이 75세인데 일도 잘하시고 리더십도 뛰어나다”고 했다.
의료기관에서도 중장년의 계속고용이 이어지고 있다. 일산복음의료재단은 지난 2022년 취업규칙을 변경해 정년 이후에는 매년 촉탁직으로 재계약하고 있다. 의사, 간호사, 요양보호사, 행정직 등이 대상이지만,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의 경우 중장년을 신규로 채용하기도 한다. 77세 나이에 병원에서 안내를 담당하고 있는 최웅열씨는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생활로 삶의 질이 향상됐다”고 했다. 금강요양병원은 60세 정년 이후 병원과 직원이 모두 동의하면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한다. 1년 뒤에도 건강, 근무태도 등에 문제가 없다면 계약은 자동 연장된다. 신규 채용 시 나이 제한도 없다고 한다.
이정한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중고령층이 가진 숙련 기술, 생산 노하우, 경험과 공감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중장년과 기업이 함께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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