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프리존]한 민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가로는 범삼성과 범현대가 꼽힌다.
이들 가문은 한국적인 상황에서 정치권과 관계를 달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가는 정치권에 직접 뛰어들었지만, 삼성은 ‘불가근 불가원(가깝지도 멀지도 않아야 한다는 뜻)’의 관계를 유지하곤 했다.
정주영 현대 창업주는 1992년 초 김동길 전 연세대 교수 등과 통일국민당을 창당했다. 그는 이 해 제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국구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데 이어 12월 치러진 제14대 대통령선거에 통일국민당 소속으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후 이듬해 2월 정계 은퇴를 선언했는데, 2년 남짓 정치인으로 활동한 셈이다.
정 회장의 아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7선( 제13·14·15·16·17·18·19대) 국회의원이며, 한나라당 당수를 지내기도 했다. 정 이사장이 울산 동구에서 5선 의원으로 활동할 때 울산은 ‘현대공화국’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에 비해 삼성가는 정계 진출은 물론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조차 금기시 돼왔다. 이런 분위기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사카린 밀수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계열사인 한국비료를 국가에 헌납한 사건이 단초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카린 밀수사건은 정경유착 의혹으로 국가적인 파문을 일으켰다.
그런데 이 같은 삼성가의 전통을 깨려는 인물이 있다. 바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다.
최근 재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이목을 끄는 인물은 정용진 회장이다. 정 회장은 한국측 인사 최초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만나 지난 22일 회동을 했고, 내달 대통령 취임식에도 초청을 받아서다
이에 여의도 증권가와 정치권에선 정 회장이 정계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
내용인즉 이렇다. “정용진 회장은 최근 몇 년간 정치적인 발언이나 활동을 통해 정치적 관심을 보였고 이는 그의 경영 스타일과 대중적인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명하며 큰 주목을 받았고 정치적 행보를 보일 경우 이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정계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시기 등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정계 진출 여부는 향후 정치적, 사회적 환경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 홍보실측은 “처음 듣는 이야기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세계그룹 사정에 밝은 재계 관계자는 26일 “정 회장은 오랜기간 뚜렷한 자신의 정치적 색깔을 대중에 보여줬고 이를 통해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실제 정 회장은 여느 재계 수장과는 다르게 눈치 보지 않고 SNS 활동에 적극적이다. 이번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 사실도 그가 SNS를 통해 먼저 알렸다.
정치색도 뚜렷하다. 그의 SNS 타임라인에서는 ‘멸공’이라는 단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멸공은 상황에 따라 야당을 겨냥하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 2022년 1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신세계 소유 이마트에서 쇼핑하는 모습을 올리며 달걀, 파, 멸치, 콩 등을 태그하고 ‘달파멸콩’이라는 글을 올려 화답한 바 있다. 멸치+콩은 멸공을 의미하는 것으로 당시 해석됐다.
신세계그룹 계열사 주식이 ‘정치테마주’로 부상한 것도 정 회장의 정계 진출설과 맞물려 있다.
신세계I&C는 지난 23일 전장대비 30.00% 오른 1만40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한가를 기록한 것. 이어 24일에도 10% 가까이 상승했다. 신세계푸드, 신세계인터내셔널, 신세계, 이마트 등도 이틀째 빨간색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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