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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쇄신, 방첩사 구조조정부터…상관 아닌 헌법에 충성을”[인터뷰]

서울경제 조회수  

'군 쇄신, 방첩사 구조조정부터…상관 아닌 헌법에 충성을'[인터뷰]
‘군 쇄신, 방첩사 구조조정부터…상관 아닌 헌법에 충성을'[인터뷰]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질의에 군 지휘관들이 출석해 있다. /서울경제DB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군 개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계엄 사태에 대한 수사·처벌과 함께 정면으로 부딪혀야 할 숙제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최병욱 상명대학교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계엄을 주도한 군 조직을 해체 수준으로 개편해야 할뿐만 아니라 법 개정을 통한 전면적 쇄신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명령에 복종하는 군인’이 아닌, ‘진정한 군인’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장관의 자격, 미국처럼 제한 필요

최 교수는 국군 방첩사령부 해체를 조직 쇄신의 우선 과제로 지목했다. 이번 계엄 사태에서 방첩사는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체포조’를 투입하는 등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최 교수는 “방첩사는 원래 군의 쿠데타를 막는다는 취지가 강한 조직임에도 항상 쿠데타의 중심에 있었다”며 “이제 군대 내에 헌병, 감찰, 법무, 감사 등 다양한 기능이 있기 때문에 방첩사에서는 최소한의 필요한 업무만 전담하도록 해체에 가까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방장관의 법적 요건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 교수는 “군인이 옷을 벗자마자 국방장관을 할 수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군 출신이면 전역 후 7년이 지나야 국방장관의 자격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국방장관은 정무적 판단이 중요한 자리인데, 평생 군인의 사고로 살아오면서 별 네 개까지 단 사람이 국방장관이 되었을 때 세계관이나 사고의 범위 등에 제약이 많다고 본다”는 것이다.

'군 쇄신, 방첩사 구조조정부터…상관 아닌 헌법에 충성을'[인터뷰]
‘군 쇄신, 방첩사 구조조정부터…상관 아닌 헌법에 충성을'[인터뷰]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군인복무기본법)’ 개정도 언급됐다. 최 교수는 “군인복무기본법에 상관은 불법적인 명령을 내려서는 안 된다, 하급자는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내용만 있을뿐 상관의 불법적인 명령을 거부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없다”며 “앞으로 명문화가 필요하고, 위법한 명령을 거부한 데 따른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군인복무기본법에는 ‘직무를 수행할 때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25조)’고 명시하고 있다. 명령 발령자인 상사에 대해서 ‘직무와 관계가 없거나 법규 및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반하는 사항 또는 자신의 권한 밖의 사항에 관하여 명령을 발하여서는 안 된다(24조)’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근거로 군인이 위법한 명령을 따르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본 대법원 판례도 있으나, 계엄 사태를 계기로 명문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3 계엄 사태 이후 국회 현안질의 등에 출석한 군 지휘부의 다수는 “군인은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최 교수는 “수뇌부가 ‘상관의 명령에 무조건 따르는 것이 군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창피한 일이자 ‘참군인’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인이 충성할 대상은 ‘상관’ 아닌 ‘헌법’

교육의 시급성도 지적했다. 최 교수는 “군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헌법 교육, 민주시민 교육 등을 체화될 만큼 시행해야 한다”며 독일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군국주의를 자성한 독일은 ‘내적 지휘’라는 개념을 군 운영의 가치와 철학으로 정립했다. 내적 지휘는 군대를 ‘국가 속의 또 하나의 국가’가 아닌, 독일 연방국의 내적 질서에 따라 지휘를 받는 조직으로 간주한다. 군대도 예외 없이 헌법의 가치, 민주적 질서에 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독일은 ‘제복 입은 시민’이라는 개념도 발전시켰다. 최 교수는 “‘제복’보다 ‘시민’을 강조하는 개념으로, 제복을 입었지만 책임의식을 가진 민주 시민이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군 쇄신, 방첩사 구조조정부터…상관 아닌 헌법에 충성을'[인터뷰]
‘군 쇄신, 방첩사 구조조정부터…상관 아닌 헌법에 충성을'[인터뷰]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령한 4일 밤 수많은 시민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몰려들고 있다. /서울경제DB

그는 또 다른 사례로 미 육군의 리더십 규범을 제시했다. 미 육군의 리더십 규범에는 충성의 대상을 ‘첫째 헌법, 둘째 육군, 셋째 부대, 넷째 동료’로 규정했다. “상관에 대한 충성이라는 개념이 없고, 오히려 부당한 명령에 거부할 수 있는 군인이 참군인으로 간주된다”는 것이 최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로 마크 밀리 전 미국 합참의장은 지난 2020년 백악관 근처로 행진한 흑인 인권 운동 시위대를 진압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명령을 거부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명령보다 집회의 자유, 헌법의 가치를 수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이유였다.

반면 우리나라 군은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거나, 최소한 위법적인 명령을 받아들였고 그 결과 ‘민주주의의 적’이 됐다. 군 수뇌부가 붕괴되다시피 했다. 현재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필두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곽종근 국군 특수전사령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이 줄줄이 구속된 상태다.

최 교수는 군부 독재의 잔재가 오랫동안 악영향을 미치면서 ‘참군인’의 상마저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고 봤다. 그는 “소수의 정치군인 때문에 대한민국 국군이 무너졌다는 점에 굉장히 분노를 느낀다”며 “맡은 직책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대부분의 군인들이 사기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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