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버티는 건,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의결정족수를 놓고 법적으로 다퉈볼만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탄핵 의결정족수가 200석 이상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한 대행이 ‘대통령에 준하는 지위’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탄핵 요건과 동일하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은 2015년 발간한 주석서 ‘주석 헌법재판소법’에서 “권한대행자의 탄핵소추 발의 및 의결의 정족수는 대행되는 공직자의 그것을 기준으로 한다”고 적었다. 대행되는 공직자 즉 대통령직 탄핵 의결정족수가 필요하다는 해석이다.
다만 주석서는 이런 정족수는 “대행자로서의 직무집행 중의 위법행위만 탄핵사유”일 때로 한정한 뒤 “권한대행자 자신의 본래 직무집행 중의 위법행위에 대해서 본래 신분으로서 탄핵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고 덧붙인다.
즉 대행을 맡은 뒤 직무를 수행하면서 탄핵 사유가 발생했을 땐 200석이 필요하지만, 총리로서 직무를 수행하던 중 탄핵 사유가 발생한 거라면 151석 이상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앞서 입법조사처 역시 총리 직무 수행 중 탄핵 사유가 발생했다면 탄핵 의결은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문제는 민주당이 발의를 예고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에 총리시절 혐의 3가지 뿐 아니라, 대통령 대행 시절 혐의 2가지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헌재 주석서 대로라면 대행 시절 혐의가 포함된 만큼 200석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법조인들은 헌재 주석서의 의견은 ‘법조계 다수설은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해설서처럼) 권한대행 당시 사유로 탄핵될 경우 대통령에 준하는 정족수가 필요하다는 보수적 법 해석 의견도 있지만 소수”라며 “대다수는 이 역시 재적의원 과반만 있으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헌재 주석서는 법조항에 대해 학자·연구원들의 의견을 모아 놓은 서적으로, 공식적인 헌재의 해석은 아니다.
한겨레 장현은 기자 /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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