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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한강하구 이야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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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눈앞에서 산산이 부서지는 팽팽한 균형을 지켜보며 살았다. 그래서 삶은 고단했고, 힘겨웠다. 멀쩡한 사지를 하고도 갈 데가 자유롭지 않았던 최전방 포구, 하지만 원망도, 한탄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연이 선택한 사람들이 달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쓴 선물이려니 하고 말없이 감내했다.

밀물에 빈 배를 흘려보내고, 썰물에 만선의 배를 싣는 순치의 삶에는 자연의 달콤함도 있었다. 짠물도, 그렇다고 민물도 아닌 짭짤한 물기를 타고 올라오는 물고기들이 한가득 안겼다. ‘황금어장.’

그 아슬아슬한 ‘참’이 가져다준 한강하구의 고요는 예고된 듯 깨지고 있다. 날카롭게 선 개발의 격랑은 전류리(顚流里)를 넘어 조강(祖江)의 바닥을 훑고 있다. 이제 지친 늙은 어부들은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통진(通津)’은 조강(祖江)이 먹여 살린다’라는 옛말이 있다. 남북을 잇는 조강포에서 일어난 교역이 그만큼 커서였다. 그 조강 자락에는 작은 어촌마을이 있다.

▲ 한강하구 마지막 포구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전류리(顚流里)에서 어민들이 조업을 하고 있다. /인천일보DB
▲ 한강하구 마지막 포구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전류리(顚流里)에서 어민들이 조업을 하고 있다. /인천일보DB

강 건너 북한의 개풍과 마주한 한강하구의 마지막 포구,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전류리(顚流里)다. 강물이 거슬러 거꾸로 흐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지금의 한강하구를 있게 한 것도 전류리다.

바다의 밀물은 3시간마다 전류리 포구 앞으로 들이닥친다. 한강의  눈앞에서 산산이 부서지는 팽팽한 균형을 지켜보며 살았다. 그래서 삶은 고단했고, 힘겨웠다. 멀쩡한 사지를 하고도 갈 데가 자유롭지 않았던 최전방 포구, 하지만 원망도, 한탄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연이 선택한 사람들이 달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쓴 선물이려니 하고 말없이 감내했다.

밀물에 빈 배를 흘려보내고, 썰물에 만선의 배를 싣는 순치의 삶에는 자연의 달콤함도 있었다. 짠물도, 그렇다고 민물도 아닌 짭짤한 물기를 타고 올라오는 물고기들이 한가득 안겼다. ‘황금어장.’

그 아슬아슬한 ‘참’이 가져다준 한강하구의 고요는 예고된 듯 깨지고 있다. 날카롭게 선 개발의 격랑은 전류리(顚流里)를 넘어 조강(祖江)의 바닥을 훑고 있다. 이제 지친 늙은 어부들은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통진(通津)’은 조강(祖江)이 먹여 살린다’라는 옛말이 있다. 남북을 잇는 조강포에서 일어난 교역이 그만큼 커서였다. 그 조강 자락에는 작은 어촌마을이 있다.

강 건너 북한의 개풍과 마주한 한강하구의 마지막 포구,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전류리(顚流里)다. 강물이 거슬러 거꾸로 흐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지금의 한강하구를 있게 한 것도 전류리다.

바다의 밀물은 3시간마다 전류리 포구 앞으로 들이닥친다. 한강의 민물에 밀린 바닷물은 하루 9시간 뒷걸음질 친다. 전류리 어민들은 바다의 밀물과 한강의 썰물이 맞부딪힌 정적의 순간을 ‘참’이라고 부른다. 모든 것이 멈춘 듯 그 고요의 시간은 10여 분, 찰나다.

‘참’이 깨지면 바다의 밀물은 거센 기세로 밀어닥쳐 지금의 서울 강남구 압구정까지 들이친다. 거세고 빠른 여울은 모든 것을 삼킬 듯 솟구친다. 이때 전류리 어민들은 빈 배를 물살에 태운다. 한강 상류에 손바닥만 한 어로 구역이 있기 때문이다.

70여 년 전 김포의 물가에는 조강포, 신리포, 미근포 등 전류리보다 작은 나루들이 촘촘히 박혀있었다. 그러나 전쟁 후 남과 북이 갈라지자 이들 포구의 어민들은 모든 것을 접고 흩어졌거나 전류리로 모여들었다. 전류리가 남녘의 최전방이자 한강 하류의 끝단 포구로 남게 된 배경이다.

▲ 전류리 포구 어민들은 그때마다 정해진 깃발을 배에 꽂고 조업을 나간다. /인천일보DB
▲ 전류리 포구 어민들은 그때마다 정해진 깃발을 배에 꽂고 조업을 나간다. /인천일보DB

이곳 포구에는 5t급 고깃배 5척과 1t짜리 조각배 69척이 있다. 선주 70여명과 선원 30명 남짓이 전류리 포구에서 질긴 삶을 이어오고 있다.

계절마다 다양한 물고기가 잡혔다. 4월 보름부터 6월까지 황복과 웅어, 6월부터 9월 말까지는 농어, 8월 말 새우, 10월에는 뱀장어와 참게가 그물에 올라왔다. 5t 선박은 일명 ‘꽁짓배’로 새우를 잡았다. 하지만 어민들은 포구로부터 200m 떨어진 어로한계선 안에서만 그물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

25년 전만 해도 노를 저어 강에 나가 물고기를 잡았다. 배에 동력을 달 경우 쉽게 월북할 수 있다는 염려에서였다. 전류리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잠을 못 이룰 정도로 대북방송이 크게 울렸다. 늘 긴장감이 감돌았다.

세월은 배의 진화를 가져왔다. 배에 15마력과 30마력짜리 엔진 달기를 허락하다가 60마력까지 허용했다.

전류리의 물은 얼굴이 훤히 비칠 정도로 늘 맑고 깨끗했다. 쉬이 배에서 내리고 오를 수 없는 ‘꽁짓배’ 선원들은 그 물을 퍼다가 밥을 지어 먹곤 했다.

▲ 1980년대 한강하구에서 모래를 채취하기 위해 설치된 장비가 녹이 슨 채 덩그러니 방치돼 있다. /인천일보DB
▲ 1980년대 한강하구에서 모래를 채취하기 위해 설치된 장비가 녹이 슨 채 덩그러니 방치돼 있다. /인천일보DB

그러던 것이 일산대교와 김포대교, 행주대교 등이 놓이면서 상류에서 토사가 밀려와 전류리에 쌓였다. 물길을 막은 고천면 신곡수중보 탓에 모래가 쌓여 강바닥이 급속도로 높아졌다. 전에 있던 물골도 메워졌다.

모래 탓에 마을 사람들은 푸른빛의 물을 보지 못한 지 오래다. 어민들은 부유물이 가라앉지 않아 뿌옇게 변한 강물을 ‘개흙발’이라고 부른다. 퇴적물 탓에 수심이 얕아져 배 뜨기가 힘들 정도지만, 거꾸로 장마철이면 하구가 막혀 물이 넘치기 일쑤다.

어종도 줄었다. 15년 전만 해도 뱅어가 넘치는 곳이었다. 뱅어의 몸은 투명해 내장까지 훤히 비친다. 전류리에는 뱅어를 안주로 만드는 공장이 있을 만치 뱅어가 지천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자취마저 감감하다.

/박정환 선임기자 hi2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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