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군이 경기 파주시 시민회관 대공연장을 새벽 시간에 대여하려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대공연장은 한 번에 9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로, 평소 문화공연 등이 열리는 장소다.
군이 이 시설을 빌리려 했던 시점이 계엄 선포 직후라는 점에서 체포 대상자들을 수용하려 한 구금시설 마련시도의 일환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파주시 관계자는 “지난 4일 새벽 1시에서 1시 30분 사이, 육군 1사단에서 대공연장 대여 가능 여부를 물었다”며, “그동안 어떤 훈련 상황에서도 이런 문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문의를 받고 시장에게 보고했으며,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하려 했으나 군에서 재차 연락은 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군 관계자는 이번 대여 시도가 계엄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육군 1사단 관계자는 “경계태세 발령에 따른 통상적인 절차로 지역합동보도본부를 구성하기 위한 사전 준비”라고 해명했으나, 실제로 1사단이 을지훈련 등 군사적 훈련 상황에서 시민회관 대공연장을 사용하거나 대여를 문의한 적은 한 번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서 확인된 체포 대상자 명단과 이들의 신병 처리 방안은 군의 구금시설 준비 시도와 연결되고 있다.
수첩에는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 노동조합 인사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체포 대상 명단과 이들을 어떻게 수용하고 처리할지에 대한 계획이 기록돼 있었다.
체포 대상에는 다음과 같은 주요 인물이 포함됐다.
– 최우선 체포 대상: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 기타 체포 대상: 이학영 국회부의장,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김민석·정청래 민주당 의원,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김명수 전 대법원장, 김어준 방송인,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
체포 대상자들은 수도방위사령부(B1 벙커)와 같은 장소에 구금될 계획이었다.
이 벙커는 전쟁지휘소로 사용되는 군사 핵심 시설로, 철저히 통제된 공간이다.
외부와의 연락이 단절된 특성 때문에 정치적 구금 목적으로 사용하려 했다는 의혹이 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계엄 상황에서 군이 체포 대상자를 구금하기 위해 여러 시설을 준비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이다.
지난 23일, 백철기 수도군단 군사경찰단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방첩사령부로부터 구금시설을 비워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는지 추궁했다.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은 앞서 국회에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수도방위사령부 관할 B1 벙커에 구금 시설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수사본부는 수도군단 외에도 선거관리위원회 연수원, 신길동 심리전단 건물 등 여러 시설이 구금 목적으로 사용되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한 방첩사 관계자는 “계엄 선포 이후 수사2단이라는 조직이 체포 대상 명단을 중심으로 계획을 추진했으며, 중앙선관위의 서버를 확보하고 선관위 직원 30명을 체포하려는 계획도 있었다”고 밝혔다.
군 내부에서도 이러한 구금 및 체포 계획이 불법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일부 요원들이 명령을 거부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 국회로 출동한 방첩사 수사관 49명은 커피를 마시고 라면을 먹으며 시간을 끌며 사실상 임무를 수행하지 않았다.
– 중앙선관위에 투입된 110명의 요원도 방첩사 법무장교 7명의 판단에 따라 건물 진입을 거부했다.
한 방첩사 관계자는 “기무사 해체 이후 조직 문화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며, “이번 사태에서도 불법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파주 시민회관 대공연장 외에도 군이 다른 접경지역에서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 강원도 양구·고성·인제군: 계엄 당일, 군 관계자들이 해당 지역 지자체를 방문하거나 시설 사용 여부를 문의했다.
– 중앙선관위 연수원: 계엄군이 배치된 이곳은 구금시설로 사용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도균 민주당 계엄 조사위원장은 “수방사 벙커와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의 지휘 시설을 체포와 구금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시도는 명백한 내란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사건은 군의 권한 남용 문제를 넘어 헌법적 질서와 민주주의를 위협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군의 정치적 중립성과 법적 책임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키고 있다. 군사적 목적이 아닌 정치적 의도로 구금시설을 마련하려 한 시도는 단순한 권한 남용을 넘어 헌법 질서를 흔드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검찰 수사는 앞으로도 체포 및 구금 계획과 관련된 인물들, 그리고 군 내부의 명령 체계에 대한 조사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군 내부 개혁과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적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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