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이 새 비상대책위원장에 권영세 의원을 낙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등으로 흔들리는 당의 중심을 잡기 위해 안정적인 인물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절체절명의 위기를 수습하는 상황에서 ‘친윤계’가 전면에 나서면서 당의 고질적 한계를 노출하게 됐다.
국민의힘은 24일 의원총회를 열고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에 권 의원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어느 때보다 풍부한 경험과 즉시 투입 가능한 전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도권 5선 중진인 권 의원은 지난 2002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통해 정계에 입문한 뒤 사무총장을 비롯해 당내 요직을 두루 경험했다. 지난 2022년 대선에선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대선 승리에 일조했고 윤석열 정부의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국민의힘이 권 의원을 새 비대위원장으로 낙점한 데는 위기 상황에서 당의 조속한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중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권 의원의 경우) 당 사무총장도 지냈고 고비마다 (역할을) 맡아왔다”며 “(국민의힘은)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대위원장 물색 과정에서 당내에서 ‘쇄신형 비대위’ 요구가 새어 나오기도 했지만, 탄핵 국면 등으로 분열된 당의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는 게 당내 주된 의견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권 권한대행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많은 고민을 했지만, 우리 의원들께서 원내로 하자 그리고 다선 중진으로 하자는 게 다수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권영세 의원 역시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을 만나 “당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쇄신이 이뤄질 수 없다”며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 친윤계 투톱 전면 부상
이번 비대위는 비상계엄과 탄핵 등으로 ‘궤멸 위기’라는 평가까지 나오는 보수 진영을 재건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떠안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판결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싸늘한 민심을 돌리는 데에도 힘을 쏟아야 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그 임무를 맡게 된 권 의원도 ‘친윤계’로 분류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미 친윤 핵심으로 평가되는 권성동 권한대행이 원내지도부를 이끄는 상황에서 ‘친윤계 투톱’이 당의 전면에 나선 셈이다.
그나마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듣는 데다 친윤계라고 하더라도 옅은 계파색을 지녔다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권 의원의 이러한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인품이 좋다고 평가가 나 있고 능력도 있다”고 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권 의원은) 친윤 색깔이 그나마 옅은 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우려는 여전하다. 한동훈 전 대표의 사퇴로 친윤계가 장악한 국민의힘 내에서 권 의원의 운신 폭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MBC ‘뉴스외전’ 인터뷰에서 “(권 의원이) 이 상황에서 과연 주류 윤핵관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다른 결의 메시지를 낼 수 있는 상황인가는 굉장히 비관적”이라며 “친윤계 또는 윤핵관의 입장을 대변하는 말씀을 하셔야 될텐데 그러면 기대치가 식어버리는 상황이 나올 것 같다”고 전망했다.
비상계엄 해제 표결과 윤 대통령 탄핵 표결 불참 등으로 당에 씌워진 ‘계엄 옹호’ 이미지를 걷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지금 비대위는 대통령과 철저하게 분리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정당 이미지를 반드시 벗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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