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온오프라인 유통‧식품업체서 다양하게 사용되는 적립식 포인트는 소비자의 재산권으로 여겨진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해당 포인트가 사용되지 못한 채 소멸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유통업 분야에서만 매년 132억원이 소멸한다고 추산돼 이목이 쏠렸다.
◇ “포인트 소멸시효 짧을수록 피해 잦아”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 6개월간(2021년 1월 ~ 2024년 6월) 접수된 포인트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사례는 총 591건으로, 매해 꾸준히 증가 추세다. 소비자 불만‧피해 유형은 ‘포인트 소멸’이 39.9%(236건)로 가장 많았다. 세부적으로 포인트 소멸 사유는 73.7%(174건)가 사업자의 ‘소멸 고지 미흡’으로 조사됐다.
특히 피해는 포인트 소멸시효가 짧을수록 많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비자원이 소멸시효가 확인되는 사례를 분석한 결과, ‘1년’이 32.2%로 가장 많았다. ‘1개월부터 3개월 미만’은 22.6%, ‘6개월부터 1년 미만’은 14.0% 등이 뒤따랐다. ‘5년’은 8.7%로 비교적 적었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상거래로 인한 채권의 소멸시효는 기본적으로 5년이지만, 계약상 단축이 가능하다.
소비자원이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에 걸쳐 일상생활에서 이용 빈도가 높은 8개 업종, 41개 업체의 50개 적립식 포인트에 대해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조사 대상 50개 포인트 운영 정책 중 62.0%(31개)는 유효기간이 1~3년 정도로 5년의 상법상 소멸시효에 비해 짧았다. 92.0%(42개)는 유효기간이 지나 포인트가 소멸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리는 절차 등이 미흡했다.
소멸 사전고지와 관련해 22.0%(11개)의 포인트 정책은 약관에 고지의무 규정 자체가 없었다. 규정이 있는 경우라도 고지 방식이 불명확하거나 ‘이메일’과 같이 1개 방식만을 규정한 것이 60.0%(30개)에 달했다. 이외에도 △사전고지의 명확한 기준 시점 부재(2개) △소멸일로부터 15일 또는 20일 전에 알리는 등 소진 기간 불충분(10개) 등이 조사됐다.
◇ 이르면 올해부터 적용… 사전고지 규정도 ‘강화’
적립식 포인트 소멸시효가 짧다는 지적은 지난해부터 계속됐다. 특히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에도 유통업 분야 포인트 개선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이어진 바 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적립식 포인트 운영 기업과 4차례 간담회를 개최해 논의한 결과, 포인트 유효기간 연장 및 소멸 사전고지 강화 등 포인트 운영정책을 자율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형마트‧SSM‧편의점 분야는 전부 유효기간 연장에 동참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노브랜드(신세계포인트)와 홈플러스‧홈플러스익스프레스(마이홈플러스)는 유효기간이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늘었다. 편의점 CU가 운영하는 CU멤버십의 경우는 기존 3년에서 5년까지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외식업 부문에서도 빕스‧계절밥상‧뚜레쥬르‧메가커피(CJ ONE)과 스타벅스(신세계포인트) 등 일부 기업이 2년에서 3년으로 유효기간을 연장했다. 공정위는 다양한 가맹사업자들과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소비자 지향적인 개선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애슐리‧자연별곡(E.point) 등 유효기간이 5년인 일부 기업의 경우, 과거 2년간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회원 탈퇴 및 포인트 소멸 처리되던 것을 개선해 1년간 미사용하더라도 휴면 회원 처리에서 그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뷰티‧생활 부문에서는 다이소(다이소멤버십)‧올리브영(CJ ONE) 등 조사 대상 사업자가 모두 개선에 동참해 유효기간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의류‧패션 부문에서는 에잇세컨즈(삼성패션멤버십)가 유효기간을 1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영화관 부문에서는 CGV(CJ ONE)이 2년에서 3년으로 유효기간을 연장했다.
연장된 포인트 유효기간은 기업 사정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조사 대상 사업자들은 사전고지 규정을 신설‧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고지 시점은 소멸일로부터 15일 전에만 1회 알리던 것을 △2달 전 △1달 전 △3일 전으로 나눠 총 3회 통지하도록 변경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이번 개선 조치로 일상생활과 밀접한 분야를 중심으로 적립식 포인트 사용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경기 위축에 대응해 앞으로도 적립석 포인트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