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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외친 ‘종북주사파’는 허황된 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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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종북주사파, 친북좌파를 구분

종북주사파, 현실에 존재하나 영향력 없어

종북주사파론, 다분히 정략적 의도로 남용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 후 불과 10여 일만인 12월 14일 윤 대통령이 탄핵안이 가결됨으로써 대한민국은 격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 사태의 시작은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 담화에 있다.

윤 대통령의 담화는 대충 이러하다. 민주당이 판사 겁박, 검사 탄핵을 자행하고 나라의 기초적인 예산마저 제멋대로 삭감하고 오직 이재명 대표의 방탄에만 열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까지는 어찌어찌 동의할 수 있겠다. 문제는 결론 부분이다. 대통령은 그런 세력을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계엄을 선포한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윤 대통령의 주장에 따르면 민주당이 사실상 종북주사파이고 종북주사파가 나라의 근간을 좌우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며 당장이라도 이들에 의해 나라가 망할 것 같은 상태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어느 정도 말이 된다. 과연 그럴까? 이에 여기서 종북주사파의 규모와 실체에 대해 말해 보겠다.

먼저 간첩, 종북주사파, 친북좌파를 구분해야 한다. 간첩은 조선노동당의 지휘하에 있는 자이고 종북주사파는 조선노동당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으나 북한에 충성할 의지와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이고 친북좌파는 넓은 의미에서 친북적, 좌파적 사고를 갖는 사람을 의미한다.

먼저 간첩의 규모에 대해 추산해 보자. 먼저 황장엽 씨가 주장했다고 하는 남한에 고정 간첩이 5만명 있다는 설이 있고 정찰총국 요원으로 일했다는 김국성 씨는 간첩 규모를 15만명으로 어림한 바 있다.

한국 최대의 지하조직이었던 민혁당(민족민주혁명당)의 조직원이 100명 규모이고 민혁당이 영향을 미치고 있던 사람이 대충 1500명 선이었다고 한다. 민혁당은 한국 지하당을 상징하는 조직이고 가장 규모가 컸던 지하당이었다. 민혁당이 그러하다면 간첩 규모는 많아야 수백 명 규모일 것으로 보인다. 김국성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과장인 셈이다.

둘째. 종북주사파의 규모와 실체에 대해 말해 보자. 종북주사파는 대체로 1980년대 중반기~90년대 중반기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 중 졸업 이후에도 비슷한 신념과 행동양식을 보이는 사람들을 말한다.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전성기(90년대 초중반)의 출범식에 연인원 5~10만명 정도가 동원되었던 점을 고려했을 때 이 중 10% 정도를 종북주사파라 한다면 5만명*10년*0.1=5만명 정도이다.

이들은 졸업 이후 진보당이나 민주노총 등에서 세력을 확장하거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중 진보당 당원 규모가 10만명 정도인데 진보당은 통진당의 직접적인 계승자로 친북 성향이 아주 강하다. 따라서 진보당 당원의 반 정도는 종북주사파라 추정할 수 있다.

셋째는 친북좌파인데 규정 자체가 애매하여 규모를 추산하기 어려운데 대충 40~60대 민주화 세대가 사상적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상태는 어떠할까? 먼저 최근 발각된 창원·청주·민주노총·제주 간첩단을 대상으로 이들의 상태를 진단해 보자. 90년대 민혁당은 서울의 명문대 출신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반면 최근 간첩은 서울로 제대로 진입하지 못하고 창원·청주 같은 군소도시에서 활동했으며 거의 조직적·대중적 영향력을 갖지 못했다. 간첩단의 외형을 갖추고는 있으나 실질적인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진보당에 대해 대표적인 친북 논객 한호석은 “지금 남측의 진보당은 연방제 통일을 실현할 새로운 정부를 수립할만한 대중적 지지기반과 정치역량을 갖지 못했어요. 대중들 속에서 진보당의 존재감을 느낄 수 없어요. 진보당의 집권 전망은 불투명합니다. 이것은 연방제 통일이 실현할 수 없게 되었음을 말해줍니다”라고 평가한다.

한호석의 평가는 북한의 평가와도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북한조차 남한의 종북 역량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오해가 없어야 한다. 필자는 누구보다 종북세력을 혐오하고 그들이 퇴출 당하여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객관적으로 어떠한가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종북주사파는 현실에 존재하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 포진해 당장이라도 한국 사회를 뒤집어 놓을 정도의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다. 종북주사파 문제는 공안기관을 정상화하는 정도로 충분하고 일반 대중은 경계는 하되 일상의 삶을 살아가면 될 일이다.

남한의 종북주사파는 객관 사실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구호에 가깝다. 그들은 나라가 백척간두에 있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상대방을 과장해왔다. 적이 종북주사파 정도는 되어야 자신들의 활동에도 근거가 생긴다고 본 것 같다. 그렇게 종북주사파론은 다분히 정략적인 의도에 따라 남용됐고 끝내 대통령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덕분에 대통령이 12.3 계엄의 핵심 논거로 종북주사파를 제기했음에도 정작 이에 대한 논란은 찾아보기 어렵다. 애초에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구호에 불가한 주장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

글/ 민경우 시민단체 길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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