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유통업계는 경기 침체로 인한 장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대선 변수와 중동 전쟁 이슈가 국내 경제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고, 그로 인한 원자재·물류 가격 인상 등 각종 물가들이 매섭게 올랐다. 설상가상 12월 초 때아닌 ‘비상 계엄령’ 여파에 그나마 기대했던 연말 특수도 사그라든 상황이다. IT조선은 다사다난했던 유통가의 한 해를 돌아봤다. 「편집자주」
실적 내리막길… 롯데·신세계 주요 계열사 구조조정 속도
경기 둔화와 소비침체로 주요 유통업체들은 경영 효율화에 집중한 한 해였다. 롯데와 신세계 등 주요 그룹 계열사들은 긴축 경영의 일환으로 구조조정과 조직 슬림화를 통해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롯데그룹의 경우 올 하반기부터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자구책 마련에 속도를 높였다. 대표적으로 계열사 별로 여러 차례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은 6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앞서 5월에는 성과가 낮은 임직원을 중심으로 권고사직에 나서는 등 강도 높은 조직 쇄신을 단행하기도 했다.
롯데면세점은 희망퇴직은 물론 임원들의 급여 20%를 삭감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지난달에는 명동에 위치한 홍보관 ‘나누인명동’과 일부 해외 부실 면세점 철수를 결정했다.
롯데호텔앤리조트도 지난 2020년 ‘코로나 시기’ 이후 4년만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법인 설립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본사를 강동구로 이전했다.
롯데의 이 같은 인력 재편은 실적 부진에 따른 결정으로 그만큼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3분기 기준 46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롯데온은 2020년 출범 이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븐일레븐도 지난해 4분기 적자 전환 후 4개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신세계그룹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사상 첫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마트는 올해만 두 차례 희망퇴직을 결정했다. 이마트의 희망퇴직은 1993년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그룹의 온라인 사업도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을 택했다. SSG닷컴과 G마켓은 각각 7월과 9월에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이커머스 사업은 그룹의 신성장동력의 일환이었지만 쿠팡을 비롯한 중국의 알리·테무 등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이커머스에 밀려 별다른 수확을 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선한 음식 한눈에… 대형마트, 식료품 경쟁력 강화
대형마트들은 식료품 코너 강화로 경쟁력 재정비에 힘을 쏟았다. 주요 대형마트 3사는 식품 전문 매장을 늘리는 한편 새로운 콘셉트의 매장을 선보이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마트는 지난 8월 이마트 죽전점을 19년 만에 ‘스타필드 마켓’으로 재단장하면서 마트 공간을 식품(그로서리) 강화형 매장으로 꾸몄다. 기존 2개 층에서 1개 층으로 규모를 줄였지만 신선식품과 즉석조리식품(델리) 구색을 140여종 추가해 매장 전면에 배치했다.
이달에는 대구 수성구에 ‘푸드 마켓’을 선보였다. 스타필드 마켓이 휴식과 체험, 쇼핑이 어우러진 지역 밀착형 쇼핑몰로 거듭난 ‘공간 혁신’이라면 푸드 마켓은 식료품을 상시 저가에 판매해 장바구니 부담을 낮추는 ‘가격 혁신’이 주효하다는 설명이다.
롯데마트도 전체 품목 중 90%가량을 식료품으로 채운 전문 매장 ‘그랑그로서리’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그랑그로서리로 재단장한 롯데마트 은평점은 올해 들어 지난달 19일까지 매출이 지난해 보다 10%쯤 증가했다.
지난달에는 롯데 프리미엄푸드마켓 도곡점이 그랑그로서리 매장으로 탈바꿈했다. 롯데슈퍼 점포를 그랑그로서리로 재단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 롯데슈퍼 점포보다 30%가량 많은 5000여개의 식료품을 갖췄다.
홈플러스의 경우 신선식품 확대 전략을 채택하고 지난 2022년 2월 처음 식료품 강화형 매장인 ‘메가푸드마켓’을 선보였다. 이후 기존 매장을 순차적으로 재단장해 현재까지 33개 매장을 메가푸드마켓으로 전환했다.
지난달에는 메가푸드마켓 강서점이 재단장을 마치고 ‘메가푸드마켓 라이브’로 문을 열었다. 기존 메가푸드마켓을 발전시켜 오프라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동감을 극대화한 매장이다. 홈플러스는 강서점을 시작으로 메가푸드마켓 라이브 매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내수 부진과 높은 인건비 부담에 긴축경영 기조가 강해졌다”며 “연말은 크리스마스·송년회 회식 등 특수가 많은 상황이지만 탁핵이라는 정치적 상황까지 겹치면서 큰 폭의 실적 기대감은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도 오프라인보다 이커머스 소비 비중이 커지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정통 오프라인 업체들은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했다”며 “소비자들이 방문해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장점을 활용해 더 많은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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