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야당만의 헌법재판관 청문회
박지원 “후보자 몸 너무 사려” 질타
박희승, 찰스 1세 단두대 사례 거론
박주민, 우회 압박 질문 던지며 응대
야당이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국민의힘 없이 반쪽으로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계엄 사태’에 대해 당론이 반영된 질문을 던지며 후보자들의 답변을 부추겼다. 여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할 수 없다는 견해를 내보이며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과반의석을 차지한 야당은 여당의 공석과 관계없이 24일 청문보고서를 채택하고 본회의에서 후보자들의 임명동의안까지 처리할 계획이다. 이번 주 내로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여야 대치 정국도 가팔라질 전망이다.
국회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인사특위)는 23일 야당이 추천한 마은혁, 정계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했다. 헌법재판관 충원에 반대해온 여당은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야당의 ‘단독 인사청문회 행보’는 지난 12·3 비상계엄을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인용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탄핵안이 인용되려면 헌법 제113조 1항에 따라 전체 헌법재판관 정수에 관계없이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수다. 그러나 현재 3석의 헌법재판관 자리가 빈자리로 남겨져 있어 헌법재판관이 달랑 6명 뿐이다. 1명의 반대 의견만으로도 탄핵을 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고려해 ‘탄핵 심판 속도전’에 사활을 걸고 있는 민주당은 9인 체제 헌법재판소를 반드시 구성해야 한다며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절차를 연내 신속히 마무리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날 열린 인사청문회 단독 추진뿐 아니라, 헌법재판관 인선 등의 키를 쥐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도 고강도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인사특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오는 26일 또 27일 헌법재판관 추천 절차가 끝나는대로 한 권한대행에게 임명을 요구해야 한다”며 “만약 임명하지 않는다면 내란·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보다 훨씬 더 중한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날 마은혁·정계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야당 단독으로 열린 가운데 야당 측은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론에 치중된 질의를 이어갔다.
박지원 인사특위 위원장은 마 후보자가 ‘계엄 당시 상황이 전시 상황이 맞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탄핵심판 심리나 결정에 대해 공정성에 의심을 받을 수 있다”며 말을 아끼자 “후보자가 몸을 너무 사리고 있다”며 질타했다.
박 위원장은 “(마 후보자는) 현재 후보자이지 헌법재판관이 아니다”라며 “삼척동자도 아는 당시 전쟁 상황이었느냐 아니냐에 대해 답변을 회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후보자께서 앞으로 의원들이 질문할 때 조금 더 명확한 답변을 해 주시길 요청한다”라고도 거듭 압박했다.
박희승 민주당 의원은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가 한 일간지 칼럼을 통해 밝힌 “세계 헌정사를 살펴보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대통령의 과잉 ‘국가긴급권’ 행사에 대해 내란죄로 처벌한 사례는 아직 없다”는 의견에 대해 ‘과거 영국의 찰스 1세가 사적 전제 통치를 유지하기 위해 내전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반역죄로 기소돼 단두대 이슬로 사라진 사례’를 거론하며 “윤석열 씨의 내란 행위에 큰 참고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대뜸 “지난 비상계엄 당시 이재명 대표 재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현직판사도 체포대상이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후보는 이에 대해 어떠한 생각이냐”고 물었다.
마 후보자는 “보도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법권의 독립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답했다.
일각에서 마 후보자에 대한 정치적 편향성이 지적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성향은 분류가 되더라도 개별적인 성향에 의해 (대통령 탄핵 심판이) 자동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정계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게 “국회 추천 몫의 헌법재판관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우회 압박 전략에 나섰다.
정 후보자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국회에서 선출된 헌법재판관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그대로 임명하도록 규정된 것으로 안다”며 “만약 임명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임명하지 않을 경우 탄핵 사유가 되느냐는 질문에는 “탄핵 사유는 중대한 위반이라는 요건이 있지 않으냐”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같은날 인사특위 여당 의원들은 편향적 인사청문회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자들에 대한 추천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민주당은 심각한 이념적 편향성으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개인적 이념이나 정치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판결에 드러내기까지 한 인사들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추천하고, 재판관으로 선출을 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마 후보자가 판사 임용 전 좌익 혁명단체에서 이론교육과 선전 활동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노골적인 좌익 진보 이념 편향 판사”라고 꼬집었다. 정 후보자에 대해서도 특정 성향 판사 연구 모임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 경력을 들어 “이들 추천은 대통령 탄핵소추 사건에 대해 민주당이 원하는 결과로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사특위는 24일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한창 후보자에 대한 질의에 나선다. 민주당은 24일 청문보고서를 채택하고 26~27일 본회의를 열어 임명동의안을 표결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 준비기일에 이들 재판관이 참여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들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강행 처리하는 경우 즉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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