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블릭=김미희 기자]국민연금공단이 퇴직연금을 유치해 운용·관리하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정부가 이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퇴직연금 운용을 위해서는 별도 조직이 필요한 데다 사회적 리스크도 크다는 이유에서다.
23일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퇴직연금 시장에 ‘메기 효과’를 불러오고 국민연금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다는 취지로 지난 8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는 국민연금에 100인 초과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사업자 지위를 부여한다는 게 골자다.
한정애 의원실에 따르면 단, 퇴직연금 기금은 국민연금과 별도 계정으로 운용한다. 기존 포트폴리오의 신규 자금을 추가 배분하는 방식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23일 관가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까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검토한 결과 국민연금에 퇴직연금 사업자 지위를 부여해주는 법안에 부정적인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했다.
이 매체 보도에 따르면 정부 관계자는 “사회적 리스크가 커 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됐다”고 밝혔다. 또 탄핵 정국으로 인해 야당이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사 중인 해당 법안 처리를 뒤로 미룰 가능성이 높은 측면도 있다.
정부 등은 이 개정안에 따르면 국민연금 내 퇴직연금기금운용본부를 신설해야 하는 데 별도의 조직과 인력, 인프라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했다.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과 더불어 다층노후 소득 보장체계의 중요한 기둥으로 불린다. 하지만 최근 가입자가 노후 종잣돈인 퇴직연금을 해지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퇴직연금은 확정급여형(DB·Defined Benefit)과 확정기여형(DC·Defined Contribution)으로 나뉘는데, 퇴직연금 유형 중에서 회사가 운용을 책임지는 DB형 퇴직연금은 중도 인출이 불가능하다. 다만 법정 사유에 한정해 담보 대출만 할 수 있다.
하지만 DC형 퇴직연금은 법으로 정한 예외적인 사유를 충족하면 중도에 인출할 수 있다. 노동자 개인이 민간 금융기관과 계약해 직접 투자상품을 골라서 책임지고 운용하는 만큼 비교적 자율성이 높은 덕분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 16일 발표한 ‘2023년 퇴직연금 통계’를 보면, 지난해 DC형 퇴직연금 중도 인출 인원은 6만4000명, 인출 금액은 2조4000억원에 달했다.
전년보다 인원은 28.1%, 금액은 40.0% 각각 늘어나며 2019년 이후 내리 줄다가 처음으로 증가세로 전환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해 52.7%(3만3612명)가 주택구입 목적으로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했다. 주거 임차를 사유로 든 인원도 1만7555명으로 27.5%로 집계됐다. 전체의 80%가량이 주택 및 주거 때문에 퇴직연금을 미리 당겨쓴 셈이다. 이어 회생절차 13.6%(8670명), 장기 요양 4.8%(3045명), 기타 755명(1.2%), 파산선고 0.2%(146명)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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