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비상계엄 사태와 그에 따른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우리 사회 전반이 큰 혼란에 빠진 가운데, 주식시장에서는 ‘정치인 테마주’ 현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오롱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단순히 그 실체가 불분명한 것을 넘어 황당하기까지 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친MB’ 기업 대표주자였는데… 우원식 테마주?
코오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최근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12월 들어 1,900원대 안팎을 오가며 변동 폭이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 지난 16일을 기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16일엔 상한가로 장을 마쳤고, 17일엔 장중 한때 상한가에 근접했다가 전일 대비 7.92% 오른 상태로 장을 마쳤다. 이어 18일엔 다시 상한가를 기록했고, 19일엔 장중 한때 20% 올랐다가 전날과 비슷한 수준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13일 1,944원이었던 주가가 나흘 만인 19일 장중 한때 4,280원까지 치솟은 것이다.
하지만 20일을 기해서는 주가가 방향을 틀었다. 장중 한때 하한가에 근접하더니 전일 대비 22.7% 내린 2,740원에 장을 마쳤다. 이어 23일에도 하락세를 이어가며 2,630원까지 떨어졌다.
수입차 딜러 사업을 영위 중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최근 사업 등의 측면에서 주가가 크게 들썩일만한 큰 변화가 없었다. 실적이 전년 대비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큰 폭은 아니고, 가장 최근 실적이 발표된 것도 지난달 중순이다. 급격한 주가 변동에 따른 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도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진행 중이거나 확정된 중요한 공시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주가를 움직인 요인은 다른데 있었다. 바로 정치권이다. 최근 비상계염 사태 및 탄핵 정국에서 존재감이 커진 우원식 국회의장이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면서 가운데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우원식 테마주’로 지목된 것이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부터였고, 급락하기 시작한 건 우원식 의장이 외신 대상 기자회견에서 대권 도전 생각이 없다고 밝힌 직후부터였다.
하지만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우원식 테마주’로 보는 것 자체가 황당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우원식 테마주’로 지목된 이유는 안병덕 대표가 서울 경동고등학교 동기동창이고 연세대학교 동문이기 때문이다. 우원식 의장 지역구에 본사가 있다는 이유로 테마주로 지목된 효성오앤비보단 개연성이 있지만, 우원식 의장의 향후 행보에 따라 회사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분명하다.
더욱이 코오롱그룹의 과거 행적을 되짚어보면 ‘우원식 테마주’를 향한 물음표가 더욱 커진다. 코오롱그룹의 고(故) 이원만 창업주는 정치인으로도 활동한 인물인데, 박정희 정부 시절 집권여당인 민주공화당 소속이었다.
또한 코오롱그룹은 과거 ‘친MB’ 기업의 대표주자로 꼽히기도 했다. 오너일가 2세인 고(故) 이동찬 선대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고(故)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고향 선후배사이로, 친분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 이상득 전 부의장은 정치권으로 향하기 전 코오롱의 1기 공채사원으로 입사해 코오롱과 코오롱상사 대표를 지낸 바 있다.
단순한 친분관계를 넘어 코오롱그룹은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에 적극 참여하며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혔고, 특혜와 비리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된 미래기획위원회에 코오롱그룹 오너일가 3세 이웅열 명예회장이 대기업 오너일가 중 유일하게 참여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코오롱그룹의 ‘친MB’ 행보는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코오롱그룹 계열사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들을 사회이사 등으로 영입하며 뒷말을 낳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웅열 명예회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남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그룹 회장과도 돈독한 사이로 알려진다.
즉,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속한 코오롱그룹에게 있어 우원식 의장은 큰 관련이 없는 것을 넘어 그동안의 행적과 대척점에 놓여있는 인물로 볼 수 있다.
한편,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오너일가 4세 시대로의 전환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계열사다. 코오롱그룹 오너일가 4세 이규호 부회장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에서의 성과를 발판 삼아 후계자로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재계서열 40위 그룹의 핵심 계열사까지 ‘정치인 테마주’ 현상으로 실체가 불분명한 주가 변동을 겪고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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