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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기업 ‘하이머스타드’, 영상 하나 만드는데 한 달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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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조윤(당시 11세) 군의 모습. (사진=하이머스타드 영상 캡처)
엄마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조윤(당시 11세) 군의 모습. (사진=하이머스타드 영상 캡처)

“엄마한테 가장 물어보고 싶은 게 뭐야?”

 PD의 물음에 아이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이내 연필을 들고 엄마에게 물을 질문들을 공책에 꾹꾹 눌러 적었다. 아이가 연필을 내려놓자 그의 엄마가 곁으로 다가와 앉았다.

“엄마는 나를 왜 입양했어?” 

아이의 첫 질문을 시작으로 둘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둘은 가족이 서로 어떤 점이 닮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러다 엄마가 질문했다. “그런데 우리는 닮은 게 많아, 닮지 않은 게 많아?” 

아이는 망설임 없이 “닮지 않은 거”라고 말했다.

“그렇지, 닮지 않은 게 많아도 가족이야.” 

생후 4개월 때 입양된 조윤 군과 그의 엄마가 나눈 대화다.

지난 8월 2일 유튜브 채널 ‘하이머스타드’에 업로드된 영상의 한 장면이다. 현재 11세인 조윤 군은 부모의 허락 하에 얼굴을 모두 노출한 채 영상을 촬영했다.

하이머스타드는 사각지대 사람들의 이야기로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미디어 기업이다. 여러 매체에서 PD로 근무했던 최윤제 씨가 지난 2020년 창업하여 아동학대 문제를 다룬 첫 영상을 시작으로, 장애인, 입양 가족, 소년범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을 다뤄 왔다.

하이머스타드는 사회적 약자를 다루지만 그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그들 이면에 있는 이야기까지 조명한다. 사람들은 영상에서 자기 이름을 밝히고 얼굴을 드러낸다. 흔히 일반 매체가 사회적 약자를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거나 안타까운 모습으로 묘사하는 것과 다르다. 

하이머스타드는 어떻게 이런 사람들을 섭외할 수 있었을까? 그들은 영상에 얼굴을 드러내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을 꺼리지 않을까?

하이머스타드에 출연한 사람들은 사회의 고정된 관념이나 편견과 마주하는 경우가 많다.

최 씨는 “오히려 출연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분들이 채널에 출연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설득했다”고 밝혔다.

하이머스타드는 그들에게 세상에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확성기’인 것이다.

더불어 하이머스타드가 지난 5년간 만들어온 70여 개의 영상은 그 자체로 최 씨의 설득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됐다.

일반적인 유튜브 채널은 3일에서 7일 간격으로 하나의 영상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하이머스타드는 하나의 영상을 만드는 데 한 달의 시간을 쏟는다.

하이머스타드 최윤제 대표. (사진=하이머스타드)
하이머스타드 최윤제 대표. (사진=하이머스타드)

“저희가 영상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진정성이에요.”

최 씨는 유튜브 생태계에는 맞지 않는 전략일지라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대중의 시선을 움직이는 건 진정성 있는 콘텐츠라고 믿고 있었다.  

장애통합으로 운영되는 시립수지어린이집 원장 전수경 씨는 2023년 10월 2일 업로드된 영상에 출연했다. 브이로그 형식의 영상에는 어린이집에서 교사, 학부모, 아이들이 생활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대부분 얼굴을 드러낸 채 촬영에 응했다.

어린이집 일과가 마무리된 시간. 이제는 고등학생이 된 1회 졸업생 아이들과 서정은 씨(전 시립수지 어린이집 특수 교사)가 전 씨를 찾아왔다. 오랜만에 만난 그들의 표정에는 반가움이 가득하다.

“몇 번을 다시 생각해도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가 그때거든요.”

졸업생 나현 양의 말에 서연 양과 도영 군이 답했다. “맞아요. 이런 곳은 여기밖에 없었어요”

전 씨는 아이들의 담임교사를 맡아 함께 했던 2012년을 떠올리며 “나현이가 그때 보조기 신고 있었지?”라고 물었다. “맞아요. 분홍색이었어요” 

어린이집을 다니던 때, 7살이었던 나현 양은 뇌성마비로 걷지 못했다. “어느 날 흙바닥에서 나현이가 다리를 쭉 뻗고 있고 친구들도 다같이 엎드려서 놀았어요. 나현이가 그날 그렇게 놀아서 행복했다고 말해줘서 저한테도 기억이 많이 남아요.” 

그들은 한참이나 모두가 함께 있어서 즐거웠던 과거에 대해 얘기했다.

전 씨는 완전통합 어린이집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장애통합 어린이집에 대해 알리고 싶어 출연을 결심했다. “하이머스타드 연락을 받고 만들었던 영상 목록을 쭉 보니 진정성이 느껴져서 섭외 요청에 응했어요.” 

채널에 영상이 업로드된 후, 그는 EBS 다큐멘터리 ‘PD로그’ 제작진의 섭외 연락을 받았다. 하이머스타드 출연을 계기로 자신의 가치관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하이머스타드 채널 운영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에는 출연자를 섭외하는 일이 무척 어려웠다. 구독자가 100명도 되지 않는 무명 채널에 출연해 민감한 주제에 대해 털어놓을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던 2020년 1월, 수많은 거절 끝에 최 씨의 섭외에 응해준 사람이 다운증후군 아들을 키우고 있는 김하림 씨였다.

김 씨는 하이머스타드 다섯 번째 영상의 주인공이다. 그는 쌍둥이 아들 지우 군(첫째)과 시윤 군(둘째), 그리고 자기 얼굴을 모두 공개하며 영상에 출연했다.

김 씨는 “모든 걸 솔직하게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힘든 것도 즐거운 것도 사람 사는 모습 다 똑같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4년전 어느 주말 11시, 아이들 낮잠을 재우는 데 성공한 김 씨는 커피 한 잔을 내려 카메라 앞에 앉았다. 어떤 말을 할지 고민하는 듯 잠시 한숨을 쉬다 이내 입을 열었다.

“저는 조리원이 천국이 아니고 지옥이었어요.” 

이 말을 시작으로 김 씨는 한순간에 바뀌어버린 삶에 절망했던 사실을 털어놨다.

조리원에서 누군가 첫째 아이의 얼굴을 볼까 숨기고 다녔던 일부터 남편과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인 일까지. 과거 있었던 일에 대해 자신인 느꼈던 감정을 모두 밝히는 김 씨의 표정은 담담했다.

김 씨가 출연한 영상은 어느 주말 오후 공원에서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남편과 산책하는 모습으로 끝이 난다.

“자전거 타니까 좋아?”

자전거에 탄 아이들에게 김 씨가 묻자 첫째 지우 군이 활짝 웃으며 엄마와 아빠를 여러 차례 불렀다. 그들의 모습은 여느 가족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하이머스타드에 출연한 이후 김 씨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의 솔직한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전달했고, 그가 출연한 영상은 조회수 334만 회를 달성했다.

“영상이 올라가고 나서 길을 가다가 사람들이 알아볼 정도였어요. 그때 파급력을 깨달은 거죠.”

김 씨는 긴 고민 끝에 사람들 앞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책 ‘불안과 확신 사이에서 선택육아’를 쓴 작가이자, 유튜브 채널 ‘쥬슌맘’을 운영하는 유튜버가 됐다.

하이머스타드의 슬로건은 ‘낯선 누군가가 나의 이웃, 친구, 가족이 되어가는 곳’이다.

최 씨는 김 씨의 사례가 이러한 하이머스타드의 목표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작은 씨앗이 자라서 큰 나무가 되어 새로운 생명체를 품듯이, 김 씨가 이웃과 공동체에 ‘나무’가 되어주었다는 것이다.

그는 “남의 일보다 가까운 사람의 일에 더 공감하고 행동하게 된다”며 “낯선 누군가의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만드는 것이 하이머스타드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2022년 최 씨는 여러 파트너와 함께 일하기 위해 ‘머스타드임팩트’ 법인을 세웠다. 하이머스타드 채널이 유명해지면서 여러 기업에서 협업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법인 설립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퍼블릭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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