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통풍(Gout)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계절이다. 통풍은 계절에 관계없이 발생하는 병이지만, 유독 겨울에는 더 자주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발견된다. 새로운 통풍 환자의 발생 건수부터 기존 통풍 환자의 발작이 일어나는 빈도까지 포함한 것이다.
이유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우선 기온, 습도가 가장 큰 원인이다. 온도가 낮아지면 신체 대사가 둔해지는데, 이는 통풍 외에도 많은 질환을 일으키고 심해지게 만드는 환경적 요인이다. 여기에 더해 겨울에는 식습관과 생활습관도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고칼로리 음식을 더 많이 먹게 되고, 활동량이 줄어드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이유로 과장을 좀 보태자면 겨울은 그야말로 ‘통풍의 계절’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통풍에 좋은 음식, 그리고 겨울철 우리가 자주 먹는 음식들과 통풍의 관계, 그리고 통풍 환자 및 위험군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겨울에 특히 주의해야 할 내용들을 살펴본다. 고기와 술을 즐겨먹고 운동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라면,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겨울, 통풍이 잦아지는 이유
알다시피 겨울은 기온과 습도가 모두 낮은 계절이다. 온도가 낮아지면 우선 혈액 순환이 둔해진다. 체온을 지키기 위해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이다. 전신의 혈관이 좁아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혈류량이 줄어들게 되고, 특히 손이나 발 등 말단 부분은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추운 날씨에 수족냉증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다.
손과 발에 위치한 말초 부위 관절, 특히 손가락과 발가락 관절은 통풍이 자주 생기는 부위로 꼽힌다. 혈류가 감소하면 손발이 차가워지는 문제도 있지만, 손발의 관절에 산소와 영양소 공급이 줄어들고 노폐물 배출도 둔해진다는 문제가 생긴다. 통풍의 원인이 되는 요산(uric acid) 역시 잘 배출되지 않게 되면서 관절에 쌓일 위험이 높아진다.
게다가 온도가 낮은 환경에서는 요산이 잘 녹지 않는다. 이 또한 통풍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다. 적정 온도에서는 요산이 액체 상태가 돼 혈액에 녹아들게 되지만, 추운 환경에서는 고체(결정) 상태로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요산 결정은 혈액 속에 있을 때보다 관절 부위에 쌓일 위험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새로운 통풍 환자의 발생 가능성, 기존 환자의 발작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여기에 더해 겨울에는 일반적으로 활동량이 줄어드는 경향이 생긴다. 이 또한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다. 앞서 이야기한 혈류 감소 문제도 생기지만, 전반적으로 체중이 증가할 위험도 높아진다. 통풍 발작은 체중이 늘어날수록 위험도도 함께 높아진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수분 섭취 감소와 통풍의 관계
겨울이 되면 가장 두드러지는 습관 변화가 바로 ‘수분 섭취량 감소’다. 일반적으로 겨울에는 여름에 비해 약 20~30% 정도 수분을 덜 섭취한다는 통계가 있다. 우선 땀 배출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갈증을 덜 느낀다. 외부 활동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수분 손실량이 줄어들고, 이 역시 수분 섭취량이 줄어드는 이유가 된다.
하지만 날씨가 춥고 실내에 주로 머문다고 해서 수분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가뜩이나 습도가 낮은 환경에 실내 난방으로 공기 중 습도가 낮아지면 체내 수분이 습도가 낮은 공기 중으로 이동하려는 경향이 생긴다.
이는 몸 속의 수분이 더 활발하게 증발하는 원인이 된다. 물론 수분 증발량이 늘어난다고 해도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만큼 많은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수분을 지속적으로 잃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게다가 추운 날씨로 인해 혈류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수분 증발이 빨라지고 수분 섭취 부족이 더해지면 체내 수분 불균형이 더 빨리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혈액 내 수분이 부족하면 전체적으로 혈액의 농도가 높아지게 되고, 이는 통풍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식습관이 바뀌는 겨울철
여기에 우리나라의 경우 유독 겨울철에 고칼로리 음식 및 알코올 섭취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연말 송년회나 연초 신년회 등의 모임이 활성화되는 시즌이기 때문이다. 올해 겨울은 이런저런 이슈로 분위기가 침체된 모습이지만, 과거 보편적인 우리나라 사람들의 연말 모임 풍경을 떠올려보자. 주된 메뉴는 대개 고기, 해산물 등이며, 높은 확률로 맥주나 소주가 곁들여진다.
모두 퓨린(purine) 함량이 많은 대표적 ‘고퓨린 식품’이다. 통풍의 원인이 되는 요산은 체내에서 퓨린을 대사한 최종 산물이다. 즉,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을 많이 먹을수록 요산 수치가 높아질 우려가 크다. 요산 수치가 높다고 해서 모두 통풍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발병 위험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특히 소고기나 돼지고기 등의 ‘적색육’, 그리고 간, 허파, 곱창이나 막창 같은 ‘내장육’은 다른 육류에 비해 퓨린 함량이 높다. 해산물은 생선류, 조개류, 갑각류를 가릴 것 없이 모두 고퓨린 식품이다.
맥주와 소주는 모두 퓨린 함량이 높은 편에 속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맥주를 주의해야 한다. 특히 맥주는 알코올 도수가 상대적으로 낮아 다른 술에 비해 과량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와인, 위스키, 보드카 등의 술은 자체적인 퓨린 함량은 그리 높지 않지만, 통풍의 원인이 되는 요산 생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통풍에 좋은 음식, 핵심은 요산 수치 조절
가장 기본은 당연히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을 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체로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들은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인 경우가 많다. 심지어 저칼로리 고단백의 대표 주자인 닭가슴살조차도 100g당 퓨린 함량이 70~80mg 정도다. 물론 다른 육류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기존에 육류를 많이 섭취하는 편이라면 이 또한 경계가 필요한 수치다.
따라서 무턱대고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을 배제하다가는 자칫 단백질 부족에 따른 부작용을 겪게 될 수도 있다. 즉, 단백질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으면서도 퓨린 함량이 높지 않은 음식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대표적인 단백질 공급원으로는 달걀과 두부를 들 수 있다. 달걀은 100g당 퓨린 함량이 1mg~5mg 정도로 낮은 편이다. 게다가 동물성 단백질이기 때문에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공급할 수 있다. 식물성 단백질의 대표 주자인 두부 역시 100g당 퓨린 함량이 약 20mg~30mg 정도로 낮은 편에 속한다.
대부분의 유제품 또한 달걀과 비슷한 수준의 퓨린을 가지고 있다. 그나마 높은 우유가 100g당 대략 10mg 정도로, 통풍에 대한 우려 없이 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는 식품으로 꼽힌다. 유제품은 단백질 외에도 칼슘과 비타민D를 공급해주는 식품이므로 여러 모로 장점이 두드러진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겨울에 흔히 즐겨먹는 붕어빵(잉어빵), 군고구마 등은 대체로 퓨린 함량이 낮은 편에 속한다는 점이다. 단, 붕어빵의 경우 가공식품이기 때문에 세부적인 재료에 따라 퓨린 함량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팥은 100g 당 50mg의 퓨린을 함유하고 있다. 많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낮은 편이라고도 할 수 없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퓨린 함량을 낮추기 위한 조리법
각각의 음식에 대해 제시된 퓨린 함량은 엄격한 공식이라기보다는 근사치로 받아들여야 한다. 신선식품일 경우 생산 방식에 따라, 가공식품일 경우 구체적인 가공 방식에 따라 퓨린 함량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원재료 그대로의 퓨린 함량을 너무 세세하게 따지는 것보다는, 실제로 먹기 위해 조리하는 방법에서 퓨린 함량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알아두는 것이 더 실용적일 것이다. 특히 단백질 공급 식단 중에는 퓨린 함량이 높은 경우가 많으므로 참고하도록 한다.
기본적으로 퓨린은 질소를 포함한 유기 화합물이며, 물이나 기름에 녹는 성분이 아니다. 다만, 조리 과정에서 재료를 구성하는 세포가 일부 파괴될 경우, 그 일부가 빠져나올 수 있다는 점을 참조하면 된다. 이에 따라 주된 조리 방법으로는 물에 담가 삶기 또는 오븐이나 그릴에 굽기 등이 적합하다. 고온으로 조리하는 과정에서 적은 양의 퓨린이나마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튀기거나 팬에 기름을 둘러 굽는 방식의 경우 고온으로 조리한다는 본질은 같다. 하지만 기름이 식재료와 함께 유지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퓨린이 줄어들 가능성이 낮다. 찌는 조리법의 경우 가장 건강한 조리법으로 간주되지만, 퓨린 함량을 줄이는 데는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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