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진료를 돕고 환자를 돌보는 사람.’
표준국어대사전에 있는 간호사라는 직업의 정의다.
이제는 그 정의가 바뀔 수도 있다. 2024년 2월 1일 시작된 대규모 의료파업으로 간호사의 역할이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단순히 진료를 돕고 보조하는 걸 넘어서 직접 처치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강북삼성병원 NS파트에서 일하는 송지현 간호사의 말이다.
환자를 진단하고 상황판단을 내리던 전공의가 장기파업에 들어가면서 그 역할은 고스란히 간호사의 몫이 되었다. 병원의 풍경과 더불어 그들의 역할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하였을까?
전공의와 간호사가 함께 환자 회진을 돌며 전공의가 환자에게 치료경과와 주의사항 등 의료정보를 전달하고 간호사는 이를 옆에서 보조한다. 의학 드라마를 통해서도 우리에게 익숙한 장면이다.
이런 모습은 현재의 병원 풍경과 거리가 멀다. 전공의 부재로 인해 회진과정에서 환자에게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오롯이 간호사의 일이다. 예를 들어 맹장수술을 한 환자가 있다면 수술경과와 더불어 소화기관의 회복을 위한 식사량 조절 등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환자의 애로사항을 듣는 것이 전부 간호사의 업무가 된 것이다.
송 씨는 “혼자 회진을 돌며 환자 개개인의 상황에 대해 안내하고 소통하는 것이 아직도 조금 낯설긴 하지만, 환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는 만큼 최선의 판단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전공의가 하던 진료행위를 간호사가 대체해 조치하는 것 또한 늘어난 업무 중 하나이다. 식사가 불가능한 환자에게 물과 영양소를 제공하기 위해 코에 비위관을 넣어 위까지 연결하는 ‘비위관(L-tube) 삽입술’이 그 예이다. 소위 콧줄 삽입이라 불리는 비위관 삽입술은 시술 과정에서 위벽에 상처를 내거나 치명적인 폐 손상을 발생시켜 환자의 건강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2021년 부산지방법원이 비위관 삽입술을 실시한 수간호사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정부가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간호사 업무 시범사업 보완지침’을 발표하면서 비위관 삽입술을 비롯해 89가지 의료 행위가 간호사에게 추가적으로 허용되었다. 이 지침에는 동맥혈 채취, 혈액 배양검사, 검체 채취, 심전도 검사, 잔뇨 초음파 검사, 수술보조 및 봉합도 간호사의 업무로 지정돼 있다.
의료파업 초기에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간호사가 전공의를 대신해 의료행위를 하는 것에 불안감을 느꼈으나, 이후 간호사들의 조치를 직접 지켜보면서 점차 신뢰도가 높아졌다. 강북삼성병원 NS병실에 뇌경색으로 입원해 있는 환자의 보호자 이 모씨는 “처음에는 간호사가 콧줄을 삽입할 때 조마조마했는데 지금은 의사들보다 더 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간호사의 업무가 확대됨에 따라 파업 직후, 전공의 대규모 이탈로 국민이 느끼던 의료공백으로 인한 불안감은 한층 덜어졌다. 이는 동시에 간호사들이 느끼는 부담이 이전보다 가중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서울대병원 간호사 이 모 씨는 “간호사의 업무가 늘어났는데도 인력충원은 없어서 간호사들이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느끼고 있다”며 “많은 동료 간호사가 사직이나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간호법 이후의 간호법을 말하다’ 토론회에서 오선영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국장은 “간호사들이 과중된 업무와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번아웃을 느끼고 있다”며 “간호사의 전문성을 지키면서도 업무를 보호할 수 있도록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퍼블릭뉴스와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간 협약으로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김민재 대학생기자가 작성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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