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까지 트랙터 13대를 몰고 온 농민 집회를 주도한 단체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 ‘전봉준 투쟁단’이다. 당시 현장을 지켜본 30대 남성 A씨는 23일 “그동안 전봉준 투쟁단이 ‘폐정개혁안 12조’를 주장해왔는데 이는 1894년 동학농민운동이 요구한 폐정개혁안 12조를 연상하게 한다”고 말했다.
전봉준 투쟁단은 이번 집회를 준비하면서 ‘국민주권실현 사회대개혁 폐정개혁안 12조’를 적은 팻말을 공개적으로 사용해왔다. 여기에는 ▲윤석열 구속 ▲국민의힘 해체 ▲군대·경찰 개혁 등 최근 비상계엄과 내란 혐의에 대한 수사와 관련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와 무관한 내용들도 다수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농민·농업과 관련해서는 ▲경자유전 원칙을 예외 없이 적용해 농지를 농민에게 돌려줄 것 ▲개방 농정을 철폐할 것 ▲농산물 공정가격을 실현해 농민 생존과 존엄을 보장할 것 등을 주장했다.
이는 현실적으로 수용되기 어려운 내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조동문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양곡 수매에 연간 1조4000억원이 든다. 어느 나라도 이런 식으로 정부가 특정 작물 가격을 지지해주지 않는다”며 “그러면 밀도, 사과도 국가가 사줘야 하는 것 아닌가, 대학생들 취업도 정부가 100% 취업을 책임져야 하는가”라고 했다.
또 전봉준 투쟁단의 폐정개혁안 12조에는 농민·농업과 상관없는 내용도 등장했다. ▲선거연령을 16세로 낮출 것 ▲불평등조약 및 종속외교를 청산할 것 ▲소수자 혐오와 차별을 철폐할 것 등이다.
30대 여성 직장인 B씨는 “최근 비상계엄 이후 상황에서 농민 단체가 주장할 내용은 아닌 것 같다”면서 “130년전 동학농민운동과 비슷한 형식으로 개혁안을 마련한 게 시대착오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봉준 투쟁단은 지난달 20일 서울 도심에서 전농이 주최한 ‘쌀값 인상’ ‘윤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에도 참석한 바 있다. 당시 전봉준 투쟁단 조끼를 입은 몇몇 회원들이 집회 구역 옆 인도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치킨을 먹으며 소주를 마시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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