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4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벤처기업 절반 이상이 미국 행정부 정책 변화가 경영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무역·통상 분야 불확실성 우려가 컸다. 이에 비해 벤처업계 대응 수준은 미진했다
23일 벤처기업협회는 벤처기업 4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국내 벤처기업 영향’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52.3%가 트럼프 행정부 정책 변화가 경영 환경에 부정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긍정 영향을 예상한 기업은 10.6%에 불과했다.
벤처기업협회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는지 물었다. 무역·통상정책(65.2%), 환율 변동(62.2) 등에서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60%를 넘었다. 구체적으로는 환율 변동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관세 인상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악화를 걱정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인공지능(AI)·바이오 등 첨단산업 육성 정책과 대중국 견제 기조를 기회로 보는 기업도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 정책 변화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 여부를 질문에 ‘준비됐다’고 응답한 기업은 0.8%뿐이었다. ‘준비 중이다’는 응답 역시 34.5%에 그쳤다. 응답 기업의 54.4%가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준비에 들어간 기업은 제품·서비스 경쟁력 강화와 신규 시장 발굴·진출에 초점을 뒀다.
내년 1월 20일(현지날짜)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맞춰 필요한 우리 정부 지원으로는 응답기업 51.5%가 금융·환리스크 관리를 꼽았다. 환율 변동성에 대한 벤처업계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수출지원과 국내 규제 완화가 각각 49.0%, 31.3%로 뒤를 이었다.
한 전자장비 업체 대표는 “정부는 환율 목표 범위 설정과 명확한 시장 개입 기준 마련 등으로 기업이 환율 변동에 대비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경기침체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환경 불확실성, 최근 국내정세 불안까지 겹치면서 벤처업계 불안감이 매우 커졌다”면서 “금융·외환시장 불안, 국내 대기업 주력산업의 경쟁력 쇠퇴 등 경험하지 못한 위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벤처기업이 한국경제의 구원투수로 나설 수 있도록 행정부·입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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