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PC 등 IT 수요 부진에 어려움을 겪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자동차 전자부품(전장) 등 신사업 경쟁력을 높이며 수익 다각화에 나섰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와 애플에 고성능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를 공급하고 있다. LG이노텍도 애플에 공급하는 모바일용 카메라 모듈이 매출의 80%쯤을 차지한다. 양사는 이처럼 단조로운 수요처 업황 의존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해 활로를 찾겠다는 의중이다.
MLCC 집중 육성
삼성전기의 주력 사업이자 미래 먹거리인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만큼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일종의 ‘댐’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IT용 MLCC가 1000개 정도인 반면 전기차에 들어가는 전장용 MLCC는 3000~2만개다. 극단적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해 최첨단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높은 신뢰성과 내구성이 필수다.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집중 육성 중이다. 회사는 MLCC의 핵심 원자재를 자체 개발·제조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전기차·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시장 성장에 발맞춰 매출 1조원 달성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기 MLCC의 전장용 매출 비중은 2021년 한 자리 수에 불과했지만 2년만인 2023년에는 20%를 넘어섰다.
삼성전기는 자동차 시스템 개발 역량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11월 말에는 유럽 완성차 업계의 자동차 소프트웨어(SW) 개발 표준 ‘오토모티브 스파이스(A-SPICE) 레벨 3’ 인증을 획득했다.
A-SPICE는 자동차용 부품 생산 업체의 소프트웨어 신뢰도와 개발 역량을 평가하는 인증이다. 가장 낮은 레벨 0에서 레벨 5까지 6단계로 구성돼 있다. 유럽 완성차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려면 레벨 2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A-SPICE 레벨 3은 ‘SW 프로세스가 조직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명확히 관리되는 수준’을 의미한다. 자동차 제조사가 요구하는 최고 등급이다. 삼성전기는 항온 기능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로 A-SPICE 레벨 3 인증을 받았다.
전장용 카메라는 눈, 비 등 악천후, 고온, 고압, 초저온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성능 저하 없이 동작해야 한다. 삼성전기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전장용 카메라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안정적인 주행을 지원한다. 삼성전기는 이 프로그램이 탑재된 전장용 카메라 모듈을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공급할 예정이다.
차량 센싱 라인업 강화
LG이노텍은 올해 ‘고성능 히팅 카메라 모듈’, ‘고성능 라이다’에 이어 ‘고성능 인캐빈 카메라 모듈’까지 선보이며 차량 내∙외부를 아우르는 차량 센싱 솔루션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LG이노텍은 17일 500만 화소급 RGB-IR(I적외선) 겸용 센서를 장착한 ‘차량용 RGB-IR 고성능 인캐빈(실내용) 카메라 모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고성능 인캐빈 카메라 모듈은 차량 실내에 탑재된다. 룸미러, 보조석 상단 등 다양한 위치에 장착이 가능하다. 졸음운전, 전방주시 등 운전자의 상태를 감지하거나 보조석 및 2열 탑승자의 안전벨트 착용 여부를 확인하는 등 차량 내부 인원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
LG이노텍의 ‘고성능 인캐빈 카메라 모듈’은 한 대 카메라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고화소 RGB-IR 겸용 센서를 장착해 적∙녹∙청의 가시광선은 물론 적외선 파장을 감지할 수 있다. 광각 기술을 적용해 시야각을 넓혔다.
500만 화소의 선명한 이미지를 통해 보다 정확한 탑승자 모니터링도 가능하다. 자율주행이 고도화될 경우 필요한 영상통화, 화상회의 같은 엔터테인먼트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 적외선 감지 기능으로 어두운 상황에서 피사체를 명확히 인식해 야간에도 운전자의 졸음운전 등 탑승자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수평시야각을 기존 대비 2배 이상 확대했다.
사이즈는 기존 제품 대비 크기를 15%쯤 줄였다. 모듈 크기가 작을수록 다양한 위치에 장착이 가능하다. 제품 크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웨지 본딩’ 공법도 적용했다. 웨지 본딩은 초음파 출력으로 칩과 기판을 붙이는 기술이다.
문혁수 대표는 “카메라 모듈, 라이다 등 차량 센싱 솔루션 사업은 차량통신, 조명과 함께 LG이노텍 자율주행 부품 사업의 핵심축이다”라며 “2030년까지 차량 센싱 솔루션 사업 규모를 2조원 이상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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