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줄줄이 퇴진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해 새로운 리더십을 도입하기 위한 선택이다.
20일(현지시각) 미국 CNBC에 따르면 아웃플레이스먼트(재취업 지원) 기업 ‘챌린저’와 ‘그레이 & 크리스마스’는 11월까지 미국 상장사에서 327명의 CEO가 퇴진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는 2010년 통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지난해보다 8.6% 늘었다.
보잉, 나이키, 스타벅스 등 업계를 주도해온 미국 기업 CEO들이 퇴진한 것이 대표 사례다. 이는 경기 침체가 아닌 호황 속에서도 기업 실적 부진이나 전략적 실수와 관련해 투자자와 이사회, 고객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팬데믹(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기업들은 갑작스러운 봉쇄 조치, 원격 근무, 공급망 차질 등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이후엔 높은 금리, 인플레이션, 인력난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CEO 교체가 미뤄졌지만 최근 들어 변화 속도가 빨라졌다.
인텔은 12월 초 CEO 팻 겔싱어를 해임했다. 겔싱어는 4년 전 인텔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영입됐다. 하지만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엔비디아가 급성장하는 동안 인텔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보잉은 3월 CEO인 데이브 캘훈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1월 알래스카 항공의 보잉 737 맥스 9 기종에서 출입문이 비행 중 이탈하는 사고 이후 나온 회사의 결단이다. 캘훈은 2019년 두 차례 737 맥스 추락 사고로 물러난 데니스 뮐렌버그의 후임으로 CEO에 올랐다. 보잉은 그를 대신해 퇴직 중이던 항공업계 베테랑 켈리 오트버그를 새 CEO로 임명했다.
스타벅스는 매출 부진으로 칩톨레 CEO였던 브라이언 니콜을 새 수장으로 영입했다. 니콜은 “스타벅스를 스타벅스로 되돌리겠다”며 메뉴 간소화와 서비스 속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나이키는 9월 CEO 존 도나호를 교체하고 1980년대 인턴으로 입사했던 엘리엇 힐을 신임 CEO로 발탁했다.
이광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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