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계엄·탄핵 가결 사태 ‘중재자’ 입지 각인
내년초 ‘조기 대선’ 전망 속 활발한 대외행보
‘장래의 대통령감’ 여론조사에 이름 올리기도
“이재명 재위기 땐 ‘플랜B’ 가능성 배제 못해”
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탄핵 정국에서 주가가 오른 우원식 국회의장이 사회 각계각층을 아우르는 광폭행보에 나서고 있다. 조기 대선 가능성과 맞물려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게 정치권 일각의 관측이다. 우 의장은 “아직 생각해 본 적 없다”는 입장이지만, 조기 대선이 현실화 될 경우 거취의 변화가 생길 지 주목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우 의장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 된 직후 재계를 비롯한 안보·종교 등 사회 전반에 걸친 현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최근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다. 차기 대권 선두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보다 높은 수치다. 탄핵 국면에서 여야 대립이 심화되자 우 의장의 ‘중재자 역할’이 각광 받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이재명 대표 외 야권 잠룡으로 이름을 올려 주목받았다. 전날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이 대표가 37%로 1위를, 우 의장이 1%를 기록했다. 낮은 지지율이지만, 일정한 지지층이 형성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해당 조사는 17~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윤 대통령발(發) 계엄 사태와 탄핵안 가결 이후 본격적인 대외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우 의장의 최근 나흘 간 행보를 보면, 우선 지난 17일에는 국회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경제4단체 대표들과 비상간담회를 열었다.
이튿날에는 강원 철원군 육군 제3사단 백골부대 중대 관측소(OP)를 찾았다. 국회의장은 매년 전방 군부대를 방문해 안보태세를 점검하지만, 이날 행보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국회에 들이닥친 계엄군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진 가운데 실시되면서 더욱 주목 받았다. 우 의장은 “튼튼한 국방이 보장될 때 우리 경제가 돌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다”고 장병들을 독려했다.
지난 19일에는 서울 중구 한국은행을 방문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만났다. 국회의장이 직접 한은을 방문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우 의장은 이 총재에게 “가계부채 안정화, 금융시장 변동성 관리, 수출 회복 지원을 위한 금융 당국의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에 이 총재는 “정부와 함께 시장 안정화 조치를 통해 어려운 상황을 헤쳐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외신 기자회견에서는 지난 비상계엄 사태로 드러난 ‘현행 5년 단임제’의 개헌 필요성을 설파하기도 했다. 우 의장은 같은 날 국회에서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 때문에 여러 오판이 생길 수 있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그는 지난 7월 제헌절 경축사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5년 단임제의 폐혜를 지적하며 2026년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 실시를 제안한 바 있다.
기자회견 직후에는 종교계와 만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안정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19일 하루에만 세 가지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우 의장은 이날 서울 일대에서 진우 스님과 정서영 개신교 목사·이용훈 천주교 주교 등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단과의 만찬 자리에서 “나라가 어두우면 가장 밝은 것을 들고 나오는 국민을 위해 종교 지도자들이 지혜를 나눠달라”고 전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 대표들과 만나서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에 빠진 내수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비상간담회’에서 “내수진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필요한 때”라며 “여야가 당리당략을 떠나 추경 편성의 최적 시기와 규모, 중점 사업에 하루빨리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핵정국 속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이 지난 17일부터 나흘 간 ‘재계→국방→금융→종교→소상공인’ 등 잇따른 현장 행보를 이어가자 정치권에서는 우 의장이 차기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계엄 사태 이후 우 의장이 대권 명분을 얻은 것은 맞는 것 같다”면서도 “다만 (출마 시기가) 조금 이른 감도 있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대권 도전 가능성에 일단 선을 그었다. 앞서 우 의장은 ‘대선 출마 생각이 있느냐’는 외신기자의 질문에 “임기가 2026년 5월 30일까지다. (출마는) 아직 생각해 본 적 없다”며 “의장으로서 헌법이 부여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한 것뿐인데 많은 관심을 준 데 대해 국민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당장의 출마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아직’이라는 해석의 여지를 남긴 것이다.
이에 따라 추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재점화 할 경우 우 의장이 대안 세력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익명을 원한 정치평론가는 “차기 대선 시기가 내년 4월로 예상되지만, 만약 더 늦어질 경우 이 대표 선거법 위반 항소심·최종심, 대북송금 사건 등 국민의 관심은 법원에 쏠릴 것”이라며 “대선과 사법 이슈가 맞물린 틈에 우 의장이 ‘플랜B’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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